표준모형 물리 이야기

양자전기역학(QED)에 노벨상이 수여된 해가 1965년. 따라서 올해는 그 50년이 되는 해다. 지난 50년간 인류는 자연의 기본힘 4(혹은 3)개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고, 물질의 근본이 되는 12종류의 입자와 이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장의 양자인 힉스 입자를 찾아냈다. 그 결과 우리는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에너지의 대략 5%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게 된 것이다. 나머지 95%에 해당하는 ‘암흑 성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지식이 부족하다.

[1] 페르미의 약한 핵력 이론

중력을 제외한 기본힘들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모두 양자전기역학의 그것과 유사한 게이지 이론의 꼴을 갖고 있다. 기본 물질 입자들의 게이지 상호작용에 대한 물리학 법칙은 소위 ‘표준 입자 물리학 모형’ 혹은 짧게 ‘표준 모형’으로 체계화 되었다. 2015년 현재 인류가 이해하고 있는 자연의 근본 원리에 대한 가장 깊은 지점으로 볼 수 있겠다. 표준모형 정립의 ‘이론과 실험을 모두 할 수 있는 최후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Enrico Femi, 1901-1954)의 4-페르미온 상호작용 모형 (Four Fermi-interaction, 1933)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9세기 전자기 이론이 정립되고, 재규격화 가능한 형태의 양자이론으로 발전하는데 20세기 초반의 수십년이 소모되는 동안 아원자 수준의 물질 구조 또한 속속히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1910년대 러더포드(Ernest Rutherford, 1871-1937)의 실험과 20년대 보어의 원자 모형의 성공을 통해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음이 명확해졌고,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물질의 기본을 구성한다는 것이 1930년대초 채드윅(James Chadwick, 1891-1974)의 중성자 발견을 통해 밝혀 졌다. 특히 중성자가 양성자와 베타입자(beta-particle), 즉 전자, 그리고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운동량-에너지 보존 법칙을 지키기 위해 볼프강 파울리 (Wolfgang Pauli, 1900-1958)에 의해 1930년 가설 입자로 도입된 중성미자(neutrino)로 붕괴하는 소위 베타붕괴 (beta-decay) 과정을 기술하는 현상론적 이론으로 페르미는 다음 그림과 같은 입자 흐름(particle current)의 결합을 생각했다. 중성자-양성자의 흐름과 전자-반전자의 흐름이 일정한 세기로 결합 한다는 것이다.




결합 세기를 나타내는 상수(GF)는 중성자의 반감기를 결정하도록 짜여져 있는데, 이를 도입한 페르미의 이름을 따서 페르미 상수(Fermi Constant)라고 부르며 대략 양성자 질량 단위로 10만분의 1 정도 됨이 실험적으로 측정되었다. 약한핵력에 기인한 현상에 대한 최초의 성공적인 이론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다.

페르미의 이론이 베타 붕괴 과정을 성공적으로 기술 하였지만, 이론적으로 보았을 때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은 초기 부터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높은 에너지 영역에서 전자와 중성미자의 산란 과정을 동일 이론으로 기술 하려고 했을 때 양자역학적으로 받아 들일 수 없는 ‘자외선 파탄’ 현상을 피할 수 없어, 100 GeV 보다 아래에서 필연적으로 페르미 이론을 대치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론틀이 필요하다. 현대의 이해로 보면 페르미 이론은 유효장이론(effective field theory)으로 재규격화 가능하지 않으며, 자외선 완결한 이론(UV-complete theory)으로 대치 되어야 할 운명을 갖고 있었다. 이 길에 파인만, 겔만, 리, 양, 슈빙거, 마샥을 비롯한 새로운 세대의 이론가들이 나타났다.

[2] QED에서 양-밀즈 이론으로

세계 2차 대전을 지나 1940년대에 양자전기역학(QED)는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험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양자전기역학은 소위 가환 군(Abelian group)을 국소대칭성으로 가지는 양자역학적 이론으로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빛 입자(photon)와 전하를 가진 입자사이의 최소결합(minimal coupling) 구조가 게이지 대칭성으로 부터 결정되는 매우 아름다운 이론적 구조를 갖고 있다. 요사이 입자 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이 가장 처음 터득해야할 물리학 이론이 바로 양자전기역학이다.

1954년 중국계 이론물리 학자인 양 (C. N. Yang, 1922-)과 함께 밀즈 (R. Mills, 1927-1999)는 QED의 게이지 대칭성을 비가환군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했다. 불행히도 이 시도는 파울리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게이지 이론에 수반되는 질량이 없는 입자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QED의 경우 이 질량이 없는 입자는 빛 입자 자신이다. 이 문제는 1960년대 골드스톤 (Jeffrey Goldstone, 1933-), 남부 (Yoichiro Nambu, 1921-), 요나-라시뇨 (G. Jona-Lasinio, 1932-) 그리고 힉스 (P. Higgs, 1929-), 엥글레어(F. Englert, 1932-)-브라우트(R. Brout, 1928-2011) 등이 연구한 ‘대칭성의 자발적 붕괴 (1964)’를 통해 해결되고 결과적으로 표준 모형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양-밀즈의 이론을 통해 페르미의 이론의 높은 에너지 확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4개의 페르미온이 한 점에서 만나는 형태에서 QED와 같이 힘을 매개하는 입자 (W, Z 입자)를 통해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재규격화 가능한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약한핵력과 전자기력의 정확한 게이지군(gauge group)은 SU(2)XU(1)로 글라쇼 (S. L. Glashow, 1932-)의 1961년 논문 [Glashow, 1961] 에서 제시되었다. 글라쇼의 정확한 게이지군 선택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론에서 게이지 입자들의 질량은 임의로 도입될 수 밖에 없었다. 대칭성의 자발적 붕괴 혹은 힉스 메커니즘을 도입한 옳은 약전자기력 이론은 와인버그의 1967년 논문 “랩톤의 모형” (A Model of Leptons) [Weinberg, 1967]에 씌여졌으며, 이 형태가 바로 표준모형과 같다. 살람(A. Salam, 1926-1996)도 독립적으로 같은 이론에 도달한 것이 인정받았다. 표준모형의 재규격과 가능성은 1971년 토프트(’t Hooft, 1946-)-벨트만(M. J. G. Veltman, 1931-) 그리고 이휘소(1935-1977) 등에 의해 증명되어 이론적으로 바람직한 형태임이 증명되었다.

약한핵력을 매개하는 입자인 W 입자와 Z 입자는 1983년 CERN에서 실험을 이끈 루비아(Carlo Rubbia, 1934-)와 드미어 (Simon Van der Meer, 1925-2011) 등에 의해 발견되었고, 그 붕괴과정에 대한 정밀한 측정으로부터 3세대의 입자가 존재한다는 힌트 또한 발견되었다.


[3] 신은 약한 왼손잡이

전자기력과 중력은 모두 원거리 힘(long range force)이다. 이는 두 힘을 매개하는 입자의 질량이 없기에 가능하다. 또 하나 두 힘의 공통점은 왼쪽과 오른쪽을 바꾸는 거울상 대칭성 즉 패리티(Parity)를 보존한다는 것이다. 이 것은 강한핵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력과 전자기력 그리고 강한핵력만을 이용한 정밀한 측정을 수행해도 거울속의 세상와 본 세상을 구분할 수 없다. 1950년대까지 왼쪽-오른쪽 대칭성은 자연이 가지는 근본적인 대칭성으로 믿어져왔다.

그런데 놀라운 반례가 1957년 우 (Chien-Shiung Wu, 1912-1997)에 의해 발견되었다. 우는 극저온에 위치한 방사성 코발트-60이 자기장 속에서 비등방적으로 붕괴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만약 베타 붕괴 과정에서 패리티가 보존된다면 보이지 않아야할 비등방성은 약한핵력이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우의 실험은 패리티 대칭성의 붕괴가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양(C. N. Yang)과 리(Tsung-Dao. Lee, 1926-)의 이론적 질문에 대한 답을 확인한 것으로 양과 리는 1957년 곧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불행히도 우에게는 노벨상이 수여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처음 아이디어를 낸 이론가에게만 노벨상이 수여되고, 이를 실험적으로 보인 실험가에게는 영광이 돌아가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두고 두고 말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표준모형에서 패러티 붕괴는 약한핵력과 관련된 게이지 대칭성이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는 형식, 즉 카이럴(chiral)한 형식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왼쪽 방향성(left-chirality)을 가지는 중성미자만이 약한핵력을 받는다는 것이 우의 실험에 대한 현대적 해석으로 볼 수 있겠다. 약한핵력이 한쪽 방향성만을 가진다는 사실을 두고 파울리는 “신은 약한 왼손잡이 인가?”하고 개탄했다고 한다. 왼쪽-오른쪽의 다름 즉, 패리티의 붕괴를 연구한 양과 리가 노벨상 공동 수상 이후 사이가 벌어진 것도 아이러니가 아닌가 한다.

[4] 양성자 안에는 쿼크가 있다.

1964년은 표준모형의 성립에 대단히 중요한 해가 되었다. 피터 힉스 등의 논문이 나온 해도 1964년이고, 겔만 (Murray Gell-mann, 1929-)과 츠바이크 (Georgi Zweig, 1937-)가 독립적으로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보다 더 근본적인 입자인 쿼크(quark)를 제안한 해이기도 하다. 1964년 1월 Physics Letters 에 투고한 겔만의 논문 “바리온과 메존의 개략적 모형 (A schematic model of Baryons and Mesons)”에는 전하량이 양성자 전하량의 +2/3인 입자와 전자 전하량의 1/3인 입자들이 홀수개가 모여 바리온을 만들고, 짝수개가 모여 메존를 이루는지 설명하고 있다. [Gell-mann, 1964] 이 논문에서 겔만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의 난해한 소설 Finnegan’s Wake를 인용하며 ‘쿼크’라는 이름을 제안한다. 이 이름은 ‘강한핵력에 반응하는 기본 입자’의 정식 이름이 되어 표준 모형에 포함되었다.

쿼크가 SU(3)군의 3짝 구조 (triplet)를 가진다는 것은 남부와 한무영 선생(1934-)의 1965년 논문에서 논의되었다. [Han, Nambu, 1965] 하지만 이 논문에서는 맛깔 대칭성(flavor symmetry)과 아이소스핀 (Isospin), 그리고 색깔 대칭성(color symmetry)이 얽혀 정수 전하량을 가지는 모형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이미 이 논문에서 양자색깔역만학(Quantum Chromodynamics, QCD)의 핵심적인 내용들, 3개의 색깔 전하와 8짝 게이지 입자 (글루온) 등이 이미 논의 되고 있음을 찾을 수 있어 그 역사적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성공적인 양자색깔역학은 바딘(William Bardeen, 1941-)-프리치쉬(Harald Fritzsch, 1943)-겔만에 의해 1973년에야 완성된 형태로 제시되었다. 표준모형에서 QCD 상호작용은 높은 에너지에서 점차 상호작용 세기가 약해진다. 반대로 낮은 에너지로 내려오면 상호작용이 강해지고, 다른 힘들 (약한 상호작용, 전자기 상호작용)에 비해 훨씬 강하게 핵을 결합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현상을 ‘점근적 자유 (asymptotic freedom)’라고 부르며 1973년 그로스(D. Gross, 1941-) -윌첵 (F. Wilczek, 1951-) 그리고 폴리쳐(H. D. Politzer, 1949-) 등의 계산을 통해 알려졌고,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아래 도표는 2012년 까지 QCD의 상호작용세기의 에너지에 따른 변화에 대한 정밀 측정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론과 아름답게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Bekthke, arXiv:1210.0325] )



강한핵력에 의한 낮은에너지에서의 효과는 섭동론적 계산으로 다룰 수 없어 새로운 이론적 발전을 요구한다. 현대의 격자 이론(Lattice theory)이 표준적인 접근이고, 보다 최근의 끈이론의 발전 과정에서 알려진 AdS/CFT 이중성(duality)을 통한 비섭동론적 계산 방법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으나 여전히 양성자의 질량과 스핀 등 기본적인 물리량에 대한 정확한 계산을 위해서는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쿼크의 실체는 1968년에 깊은 비탄성 산란 실험 (Deep inelastic scattering)에서 드러난다. 양성자의 내부를 탐구할 수 있는 실험으로 알려진 이 산란 실험은 양성자에 경입자, 예를 들어 전자,를 충돌시켜 산란되어 나오는 입자를 검출하여 이루어지는데, 이 때 양성자 내부에 위치한 쿼크와 전자가 상호작용하게 된다. 이 실험을 통해 양성자의 내부 구조가 존재하며, 겔만의 제안과 같이 3개의 구성 입자가 있고, 전하량 또한 겔만의 예측과 같이 나타났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는 일찍이 러더포드에 의해 행해진 실험에서 원자의 내부 구조가 존재하며, 핵의 전하량이 정수로 되어 있음을 확인한 실험의 보다 높은 에너지 버전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물론 이 실험을 통해 핵의 크기 보다 짧은 길이에서 일어나는 물리학을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페르미의 이론에 양성자, 중성자를 이루는 쿼크를 고려하여 보다 현대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페르미 이론에서 중성자-양성자 흐름은 보다 근본적으로 쿼크의 흐름이다.



[5] 누가 더 많은 입자를 주문했나?

생명 현상과 화학 현상 그리고 원자 물리학의 기본이 되는 원자와 분자는 핵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두 종류의 쿼크, up 쿼크와 down 쿼크,로 이루어져 있고, 베타 붕괴 현상을 위해 필요한 중성미자 (실은 전자형 중성미자)를 포함하면 4종류의 입자 (up, down, e, nu_e)와 그 반입자로 충분히 우리 주변의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자연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입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실제로 전자의 무거운 친척인 뮤온 입자가 우주선에서 앤더슨(C. D. Anderson, 1905-1991)과 네더마이어(S. H. Neddermeyer, 1907-1988) 등에 의해 일찍이 발견되었을 때 라비 (I. Rabi, 1898-1988)는 “누가 주문했어? (Who ordered that?)”라는 불평을 했다고 한다. 뮤온은 전자와 모든 양자수가 같으며 질량만 0.51 MeV/c2 인 전자에 비해 훨씬 무거운 질량(1777 MeV/c2)을 갖는다. 그 결과 뮤온은 전자와 중성미자 (전자 중성미자의 반입자와 뮤온 중성미자)로 붕괴하며 표준모형에서 W 입자를 통한 약한 상호작용으로 기술된다.



뮤온과 짝을 이루는 뮤온 중성미자는 1962년 레더만, 슈바르츠, 스타인버거의 실험을 통해 발견되었다. 새로운 쿼크들도 발견되었는데, K-중간자를 이루는 ‘이상한 쿼크(strange quark)’와 J/psi 중간자를 이루는 ‘매력적인 쿼크(charm quark)’의 발견이 뒤를 이었다. 특히 매력적인 쿼크의 발견은 제 2세대를 이루는 4종류의 입자 (s, c, mu, nu_mu)를 완성하게 되는데, 이휘소 선생께서 큰 이론적 기여를 하였다.

K-중간자를 통해 자연계의 또 하나의 대칭성인 전하 켤레 대칭(C)-패러티(P) 대칭성의 결합인 CP-대칭성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CP-대칭성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은 입자와 반입자를 자연이 명확하게 구분한다는 것을 뜻한다. 1964년 크로닌(J. Cronin, 1931-)과 피치(V. Fitch, 1923-2015)는 중성 K-중간자와 그 반입자의 진동현상을 정밀하게 측정하였는데, 한쪽 방향의 진행에 비해 반대 방향으로의 진행이 더 낮은 확률이 이루어 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입자와 반입자가 실제로 자연계에서 다르게 행동한다는 증거를 실제로 포착한 것이다. 우리 우주에서 물질과 반물질의 양을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물질이 많다. 이는 우주 초기에 물질이 반물질에 비해 많이 생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CP-대칭성의 깨짐 현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표준모형에서 이 ‘물질의 기원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못했고, 추가적인 CP-대칭성 깨짐이 요구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CP-대칭성 깨짐이 3세대 이상의 입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코바야시(M. Kobayashi, 1944-), 마스카와(T. Maskawa, 1940-)의 1973년 논문 [KM, 1973]에서 처음으로 보여졌다. 실제로 3세대 쿼크인 ‘바텀 쿼크 (bottom quark)’가 레더만이 이끄는 페르미랩 실험을 통해 1977년 발견되었고, ‘탑 쿼크 (top quark)’가 1995년 발견되어 3세대 쿼크가 모두 발견되었다. 전자-뮤온을 잇는 3세대 경입자(lepton)인 타우 랩톤(tau lepton)과 타우형 중성미자도 각각 1975년 그리고 2000년년 발견되어 3세대 쿼크와 랩톤이 모두 발견되었다.

표준모형의 이론적 입장에서 세대(generation) 구조는 소위 이상항 (anomaly)이 없다는 조건과 합치하므로 이론적으로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전히 왜 3개의 세대가 나타났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고, 질량이 특정한 패턴 없이 나타났다는 것도 설명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여분차원(extra dimension)의 위상학적 성질에 의해 세대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으나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 참고로 LHC 실험을 통해 제 4세대 쿼크는 부가적인 힉스 입자없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후일 3세대 이상이 발견된다면 표준모형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6] 힉스 입자의 발견과 표준 모형의 완성

2013년 3월 CERN은 공식적으로 힉스입자의 발견을 공포하였다. 발견된 힉스 입자의 질량은 \(125 {\rm GeV}/c^2\) 이며, 그 성질은 놀라울 정도로 표준모형에서 예측한 바와 같다. 아래 그림은 2015년 3월 모리온드 학회에서 발표된 힉스 입자의 붕괴에 대한 ATLAS와 CMS의 정밀 측정 결과를 요약한 것으로 다양한 붕괴 채널에 대해서 표준모형의 예측과 실험치가 일치함을 볼 수 있다. (출처: M. Duehrssen의 발표문) 표에서 신호 세기 (signal strength)는 실험 값과 표준모형의 이론적 예측치 사이의 비율로 만약 이 값이 1이면 이론이 실험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놀랍게도 여러 힉스 붕괴 채널이 모두 1과 통계적으로 일치하는 값을 보여준다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는 표준모형이 얼마나 성공적인 이론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힉스 입자의 발견을 끝으로 표준모형을 이루는 모든 입자들이 발견되었고, 표준모형의 18개 이론 파라메터 (3개의 결합 상수, 9개의 질량치, 4개의 섞임 파라메터, 2개의 힉스 포텐셜 파라메터)가 모두 측정되었다. 1933년 페르미가 제시한 이론이 완성되는데 82년이 걸린 셈이다. 20세기-21세기 초반에 걸친 입자 물리학의 모든 노력이 결실을 본 순간이다.

[7] 맺는말

이상 표준 모형이 성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중요한 이론적 기여와 실험적 발견, 측정 결과에 대해 정리하고, 표준 모형의 현 상태와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보다 풍부한 역사적 발자취는 보다 전문적인 과학사학자의 글이나 선배 물리학자의 글을 읽는 편이 더 좋겠다. (예를 들어 [물리학과 첨단기술] 2007년 이휘소 박사 30주기 특집호에 이휘소 선생이 활동한 70년대 전후의 입자물리학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2012년 힉스 입자 특별호에 실린 글들도 훌륭한 자료이다.)

표준모형은 엄청나게 성공적인 이론으로 입자데이터북 (particle data book)의 수천페이지에 해당하는 디테일을 겨우 18개의 파라메터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표준모형의 완성이 입자물리학의 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최근 우주론적 관측은 표준모형의 입자들이 우주 전체 에너지의 불과 4.9%만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Planck, 2015] 21세기에 더 많은 발견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참고 문헌]


[Yang-Mills, 1954] C. N. Yang, R. Mills, "Conservation of Isotopic Spin and Isotopic Gauge Invariance". Physical Review 96 (1): 191–195.

[Glashow, 1961] S.L. Glashow, ”Partial-symmetries of weak interactions". Nuclear Physics 22 (4): 579–588.

[Gell-Mann, 1964] M. Gell-Mann. "A Schematic Model of Baryons and Mesons". Physics Letters 8 (3): 214–215.

[Han-Nambu, 1965] M. Y. Han, Y. Nambu, "Three-Triplet Model with Double SU(3) Symmetry". Physical Review 139 (4B)): B1006.

[KM, 1973] M.Kobayashi and K.Maskawa, “CP violation in the renormalizable theory of weak interaction”. Prog. Theor. Phys. 49, 652 (1973)

[Weinberg, 1967] S. Weinberg, "A Model of Leptons". Phys. Rev. Lett. 19 (21): 1264–1266.

[Planck, 2015] 플랑크 관측 실험의 2015년 발표 논문 모음 http://www.cosmos.esa.int/web/planck/publications

덧글

  • 붉은입자 2015/04/24 22:42 #

    오랜만에 나온 포스팅이라 무척 반가워요. 요즘 표준모형을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 이 포스팅이 더더욱 반갑게 다가오네요.
    그나저나 사진들이 깨졌어요. 섹션 4의 첫번째 그림하고 섹션 6의 그림을 제외한 나머지 그림들이 뜨지 않아요. 무슨 사진들인가 궁금하네요.
  • ExtraD 2015/04/25 04:01 #

    그림 다시 올렸습니다. 혹시 안보이시면 말씀해주세요.
  • 붉은입자 2015/04/25 13:55 #

    아, 이제 잘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 긁적 2015/04/26 18:44 #

    아오... 진짜 이런 양질의 포스트는 일단 정주행 해야 하는데.
    저녁 먹으면서 보겠습니다ㅡ.ㅠ
  • kipid 2015/05/03 01:08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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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begin{eqnarray} \hbar c =197.3 \text{MeV fm}\\ (\hbar c)^2=0.389 \rm{GeV}^2 \rm{mb}\\ 1.0{\rm pb}=\frac{2.568\times 10^{-3}}{\rm TeV^2}\\ =10^{-40} {\rm m}^2 \end{eqna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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