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EP2 중력파 검출 물리 이야기

1. 남극에 위치한 실험 BICEP2에서 어제 논문 공개와 동시에 (정확히는 1시간 후에)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빅뱅으로 부터 비롯한 중력파'를 최초로 검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빅뱅으로 부터 비롯한 중력파'는 우주배경복사의 편광 패턴에 그 흔적을 드러낼 수 있는데, 소위 발산 편광(divergent polarization, E-mode)와 대별하여 비발산 편광(divergence-free polarization, B-mode) 형태로 나타난다. E-와 B-는 전기장(E)와 자기장(B)으로 부터 온 이름이지만 직접 연관있지는 않고, 자기장이 divergence-free \(\nabla \cdot \vec{B} =0 \)라는데서 따온 명칭이다.

이번 발견은 B-mode 중 우주 먼지(dust)로 불리는 중력 렌즈 효과에 의한 시그널이 아닌 '태초로 부터 기인한' 부분을 검출했다는 것이다. 물론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지만 7.0 \(\sigma\) 정도의 신뢰도를 가진다고 실험팀은 밝히고 있다. (혹은 백그라운드 제거 방법에 따라서는 5.9 \(\sigma\))

아래는 BICEP2에서 발표한 '발견' 시그널.


BICEP2의 결과가 Planck에 의해 검증되기까지 수 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엄청나게 어려운 실험인데도, 발견-검증의 건강한 과학적 프로세스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제대로 작동할 것을 기대한다.

BICEP2의 논문과 관련 자료는 [여기]에서 찾으면 된다.


2. BICEP2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가정하면,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 '인플라톤' 에너지 밀도가 대략 \( \rho\sim (M_{Planck}/100)^4 \) 였다. \(M_{Planck} = 1/\sqrt{8\pi G} \approx 2\times 10^{15}~{\rm TeV}\)는 변환플랑크에너지(reduced Planck energy), \(G\)는 뉴턴 상수.

LHC의 충돌에너지가 대략 10 TeV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 100조배 (\(10^{14}\)배) 더 큰 에너지에서 발생한 물리현상을 본 셈이다.

이 에너지는 흥미롭게도 전자기력, 약한핵력, 강한핵력 등 중력을 제외한 자연계의 기본 상호작용의 세기가 같아지는 에너지와 거의 일치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대통일 이론의 증거'라고 까지 이야기한다. 너무 많이 나가고 싶진 않지만, 아무튼 대단히 흥미롭다.

3. 인플레이션 이론을 써본 학자들에게 이번 결과는 충격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가장 단순한 인플레이션 이론인 '인플레이션 이론의 아버지' Linde의 Chaotic inflation 이론의 예측치는 놀랍게도 실험 결과와 일치한다.



참고로 '초끈이론'에서 나온 'prediction'은 다음과 같다. (They are all ruled out by many sigmas..)

(from) C.P. Burgess et al JCAP11(2013)003




4. BICEP2의 결과가 대단히 흥미롭지만 문제가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특히 Lensing에 의한 B-mode 백그라운드를 얼마나 잘 제거했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초록색 동그라미(태초에서 비롯한 중력파)와 관측 결과(노란색 동그라미) 사이에 일정한 차이가 보이고, 이것이 얼마나 시그널 신뢰도를 바꿀 것인지 전문가들 사이에 논의가 있다. 당연히 추가 검증이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본다.



5. 발견의 시대에 물리학자로 살고 있다는 행운에 다시 한 번 감사!!

덧글

  • 검은하늘 2014/03/19 10:44 #

    음... 근데 중력파 검출 장치를 신뢰할 수 있나요? 아직 중력파 검출 자체가 의문시 된다고 들은 거 같아서요.
  • 포이보스헬리오스 2014/03/19 11:53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직접검출의 시대가 곧 도래하길 바랍니다.
  • 한미혜 2014/03/19 13:27 #

    와우, 멋집니다. 무엇을 검출한 건지, 쟁점이 뭔지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훌륭한 리뷰 고맙습니다.
    쿠오가 다른 사람도 아닌 린데를 찾아가고 MIT에서 구쓰가 린데를 초청해서 세미나를 할만한 이유가 있는 거였군요. 초끈이론에 바탕을 둔 시나리오가 이번 검출에서 배제되는 것은 인상적입니다.
    틈 나는 대로 arXiv의 논문을 읽어봐야겠군요. 멋진 정리에 다시 한번 박수를!
  • daviddaniel 2014/03/22 11:50 #

    중력파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측정하였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초끈 이론이 놓인 관에 대못을 박는 실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초끈이론은 실험에서 검증할 수 없는 이론이라고 여져졌지만
    이번 관측 결과로 완전히 틀린 이론으로 낙인을 찍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번 결과는 입자 이론을 하는 학자들에게 높은 에너지 영역까지
    양자 장론을 계속해서 써야한다는 확고한 증거를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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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begin{eqnarray} \hbar c =197.3 \text{MeV fm}\\ (\hbar c)^2=0.389 \rm{GeV}^2 \rm{mb}\\ 1.0{\rm pb}=\frac{2.568\times 10^{-3}}{\rm TeV^2}\\ =10^{-40} {\rm m}^2 \end{eqna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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