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에 대한 느낌적 느낌 ...(1부) 물리 이야기

사실 힉스 메커니즘과 힉스 입자에 대해 입자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오개념만을 가져올 위험한 일일 수도 있겠다. (난로위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이 상대론이라고 믿어 버린다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힉스 메커니즘의 언어는 양자장이론 (quantum field theory)이고, 불행히도 양자장 이론을 일상 언어로 옮겨적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힉스장(the Higgs field), 힉스장의 진공 기대값 (Vacuum expectation value of the Higgs field), 힉스장의 양자 요동( quantum fluctuation of the Higgs field), 힉스 입자 (the Higgs particle), 힉스 보존 (the Higgs boson) 등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들이 동원되는 이 "힉스 물리학"을 공짜로 배울 수도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굳이 이 고단한 일을 해보려고 한다. 그 이유는 힉스 메커니즘의 물리학과 힉스 입자의 발견이 가져다준 깊은 전율감을 물리학자들끼리만 나누고 있기엔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언론에 공개된 다분히 피상적인 설명만으론 그 심오함에 대해 물리학자들이 느끼는 그 경외감이 전해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1탄: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힉스 물리학]

초등학생인 딸들에게 힉스가 대체 무슨 일을 해서 질량을 부여하는지 설명하고 싶다면 이렇게 하면 도움이 될 것같다. 일단 '질량'을 이해해야한다. 질량과 무게를 혼돈하기 쉬운데 이 혼돈이 힉스에 대한 이해에 큰 걸림돌이 되므로 이 부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무게는 물체가 느끼는 중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같은 중력장 내에서 더 큰 질량을 가지는 물체가 더 큰 중력을 느끼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게와 질량은 엄연히 다른 물리량이며 다른 개념이다.

초등학생 딸에게 질량을 어떻게 설명할까? 내 생각에 "고집"으로 설명하는게 괜찮을 것 같다. 질량이 큰 물체는 왠만한 힘을 가하지 않고는 움직임이 잘 변하지 않는다. 질량이 작은 물체는 작은 힘에도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고 또 빨라졌다 느려졌다 할 수 있다. 자신의 '운동 상태'를 지키려는 성질을 물리학에선 '관성'이라고 부르며 그것을 재는 척도가 바로 질량이다. 힉스장 (Higgs field)은 바로 이런 '고집스러움'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질량의 근원이 된다고 일컬어진다.

"힉스와 친한 녀석들은 고집이 세고 좀체로 자기의 상황 (운동 상태)을 바꾸려 들지 않는 법이다."

이제 "힉스와 친하다"는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보자.

만약 물리학과 대학원에서 2년 이상 입자물리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에게라면 이런 식의 설명을 할 것이다. ...양자장이론에선 소위 유카와 결합을 통해 물질이 힉스장과 상호작용하며 그 세기를 유카와 결합 상수라고 부른다. 힘을 전달하는 "게이지 입자"의 경우엔 힉스 입자와 소위 게이지 결합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 유카와 결합 상수나 게이지 결합 상수가 크면 클수록 더 강하게 힉스 입자와 결합할 수 있으며 이 때 더 큰 질량을 획득할 수 있다. ...

하지만 이걸 초등학생에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

대신 (오개념의 위험성이 있지만) 이런 상상을 해보자. 만약 우리 주변의 공기가 끈끈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공기가 끈끈하고 뻑뻑하다면 당연히 공기를 뚫고 걸어다니기가 힘들다. 움직임을 만들 때마다 끈끈함 때문에 큰 힘을 주어야만 하고, 왠만해선 가만히 있는 편이 쉽다. 많은 힘을 주어야 겨우 방향을 틀 수 있고 또 속력을 올릴 수 있다. 끈끈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서 우리는 '운동 상태'를 바꾸기가 훨씬 힘들다.

힉스장은 말하자면 이 끈끈한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마치 꿀 속을 움직이는 벌레처럼 힉스장으로 채워진 공간을 움직이는 입자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힘에 대해 저항한다. 달리고 싶지만 슬로 모션처럼 주어진 힘에 충분히 빠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움직임이 "무겁다".

어떤 물체는 꿀 속에서도 유유히 움직일 수 있다. 특히 크기가 작아서 마찰을 덜 받는 녀석들은 꿀 속에서도 꽤나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물체는 단면적이 커서 조금만 움직임을 만들려고 해도 큰 저항을 받는다. 이 녀석은 '무거운' 녀석이다. 어떤 의미로 이 무거운 녀석들이야말로 꿀과 친한 녀석들이다. 꿀이 있건 없건 마음대로 나다니는 '가벼운' 녀석들과 달리, 이들은 꿀의 존재를 온몸으로 느끼고 늘 존중하며 살 수 밖에 없다.

"힉스는 온 공간을 채우고 있는 공기처럼, 늘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Note) 물론 이 비유는 몇가지 점에서 오개념을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1. 꿀이 만들어내는 것은 실제론 관성이 아니라 마찰이다. 마찰이 있을 경우 힘을 주지 않으면 운동은 더뎌지고 끝내 멈추고 만다. 하지만 진공을 날아가는 입자는 힘을 주지 않을 때 느려지지 않고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다. '꿀의 비유'는 정지해 있는 물체에 같은 힘을 주었을 때 얼마나 운동 상태가 변하는지를 비교하기 위한 비유로 그쳐야한다.

2. 힉스장과 강하게 결합하는 물체는 더 끈끈한 꿀속을 움직이는 물체처럼 더 큰 '관성'을 가진다. 이 관성은 힉스장과의 결합세기에 의해 결정된다. 한편 꿀속의 물체가 받는 마찰력은 물체의 모양에 따라 결정된다. 한편 표준모형에서 입자들은 일상언어에서 '모양'이라고 일컬을 만한 성질을 갖지 않는다. '꿀과의 끈끈함'에 해당하는 '힉스장과의 결합세기'는 입자의 모양과 상관없다.

3. 예고: [2부: 물리를 싫어하는 여자친구도 이해하는 힉스 물리학]




덧글

  • 2013/10/16 12:0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ExtraD 2013/10/16 13:11 #

    좋은 피드백 감사드립니다.

    "힉스장"을 공기에 비유한 것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적절합니다.

    1. 실제 힉스장은 우주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고, 우리는 그 속을 헤엄쳐다니고 있습니다. 마치 뉴턴의 물리 법칙처럼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물질들 (구체적으론 전자, 쿼크 등 물질 입자들..)이 힉스장 속에서 다니며 힉스 물리학의 영향을 받아 질량을 획득합니다.

    2. 공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기 분자 '알갱이'가 있듯, 공간을 채우고 있는 힉스장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과정에서 충분히 큰 에너지가 필요합니다만..) '입자'의 형태를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힉스 입자'라고 부릅니다.
  • 2013/10/16 14: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Merkyzedek 2013/10/16 12:09 #

    어려운 것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요. 기대하겠습니다~
  • 긁적 2013/10/16 13:06 #

    ㅋㅋㅋ 고민이 느껴지는 포스트입니다. 다음 편도 기대합니다~~
  • 네리아리 2013/10/16 18:42 #

    떼헷~☆★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네링은 역시 힘들...
  • 몽몽이 2013/10/16 22:19 #

    힉스장은 우주 어디에나 동일하다는 가정인 건가요? 아님 이것도 변할 수 있다는 가정인 건가요
  • ExtraD 2013/10/17 00:17 #

    현재까지의 우주론적 관측 사실과 퀘이사등 가장 먼 천체로부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와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우주의 상당부분 (아마도 전체?)에서 힉스장의 진공기대치가 동일한 값인 것으로 보입니다.
  • 2013/10/17 14:3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거대한 북극의눈물 2013/10/17 19:50 #

    힉스장이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기는 하지만 19세기 에테르 개념과는 달리 절대공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하던데요. 그냥 물리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준으로 설명해 주실 수 없을까요?
  • Bill Kang 2013/10/23 01:21 #

    일단 19세기의 에테르는 매질입니다. 파동을 전달하는 매개체이지요. 몇가지 실험을 통해서 우주는 매질로 채워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에테르는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힉스장은 매질이 아닙니다. 다만, 입자들과 상호작용해서 관성이라는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 뿐이죠. 참고로 우주가 만약 에테르로 가득차있다면, 입자라는 것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에테르에 의해 에너지가 파동형태로 전달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파동의 형태에 따라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입자들의 성질(전자,광자 등등)이 나타나는 것이죠. 하지만 입자는 존재하고 (이걸 밝혀낸 공적으로 아인슈타인이 그의 유일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매질이 있을 때 보여야할 특성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 utena 2013/10/18 21:56 #

    저도 질량과 무게 처음 들었을 때 애먹었는데 초등생을 위한 이런 설명은 어떨까요?

    질량만 있고 무게가 없으면 - 둥둥 떠있지만 밀어도 잘 안움직임
    무게만 있고 질량이 없으면 - 바닥에 떨어져있지만 툭 쳐도도 휙 날아가버림

    헛점 공격당하기 시작하면 왕창 무너져내린다는게 함정 -_-;;
  • Bill Kang 2013/10/23 01:22 #

    무게,질량이라기 보다는 관성,질량을 설명해야 할 듯 합니다.

    관성만 있고 질량이 없다면 둥둥 떠있지만 밀어도 잘 안움직임
    질량만 있고 관성이 없다면 바닥에 떨어져있지만 툭 쳐도도 휙 날아가버림

    사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질량을 관성에 의지해 그 양을 측정하기 때문에 관성=질량이라고 생각하는게 보편적입니다. 관성질량이라고 하지요.
  • Bill Kang 2013/10/23 01:48 #

    개인적으로는 에테르는 의미없다고 보는게, 우주가 무엇으로 가득차 있는가는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주에 아무것도 없고 오직 단 한계의 전자만 있다고 가정했을 경우, 우주는 텅비어있는가? 했을 때 실상은 이 전자가 만들어 내는 장의 크기가 우주 전체크기만하기 때문에 우주는 실상은 비어 있지 않다고 말해야 할 겁니다.

    다만, 전자가 검출될 확률 즉 입자로 관찰될 확률이 특정한 지역에서 매우 높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매우 낮을 뿐입니다.

    즉,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 각각이 우주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으며 특정한 지역에서 더 많이 검출되거나 아닌가의 확률만 구별됩니다. 힉스장이 온 우주에 가득하다 표현은 결국 힉스입자가 검출될 확률이 우주 전체에 걸쳐 일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지, 힉스만이 온 우주를 채우고 있다라는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겁니다.
  • ExtraD 2013/10/23 16:32 #

    힉스는 진공 기대치가 246 GeV 값을 가지고 있고 이 값이 전 우주에서 일정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채우고 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봅니다. 다른 입자 (예를 들어 전자)의 경우 진공기대치는 0입니다.
  • Bill Kang 2013/10/23 18:02 #

    조금 뉘앙스 전달이 잘 못된 듯 싶습니다.

    힉스가 우주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힉스만이 전 우주를 채우고 있다고 말하지는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우주에는 (배경복사등등의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완벽한 진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 ExtraD 2013/10/24 06:28 #

    물질과 에너지로 채워져있는 우리우주는 진공 상태가 당연히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과 입자의 '진공기대치'가 0이거나 0이 아닌 것은 좀 다른 개념이에요. 양자장론에서 진공은 입자의 들뜸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힉스장의 경우 그 경우에도 일정한 값을 가지고 있고 다른 입자에 영향을 주어 질량을 생성합니다. 표준모형의 다른 입자장은 이런 성질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 다시다 2013/10/24 11:29 #

    너무 무식한 질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럼 힉스 입자 그 자체는 질량이 없는 건가요?
  • ExtraD 2013/10/24 13:41 #

    힉스 입자의 질량은 126GeV인 것으로 이번 실험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힉스 입자의 경우 다른 입자와 달리 스핀 양자수가 0이고 이경우에는 다른 입자와의 상호작용 필요없이 질량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양자장이론으로부터 유추되는 사실이긴 하지만 '말로' 이해하기는 힘든 부분입니다.
  • 다시다 2013/10/24 13:55 #

    제 수준에서는 이해가 쫌 어렵네요 ^^;; 감사합니다~
  • ExtraD 2013/10/24 14:08 #

    이런 상상을 해보세요.

    물이 고요하게 들어 차있는 공간에 돌을 던져서 물결을 만들면 그곳이 실은 비어있지 않고 무언가가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비슷하게 힉스가 들어 차있는 공간에 에너지를 가하면 일종의 '물결'에 해당하는 힉스 입자가 발생하게됩니다. 이번 실험은 바로 이 때 발생한 힉스 입자의 흔적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이상 큰 돌을 던져야 물결이 발생하듯 어느 이상의 에너지를 가해야 힉스 입자를 발생시킬 수가 있는데요, 에너지와 질량의 등가 원리에 따라 이 에너지가 바로 힉스 입자의 질량에 해당하는 값을 결정합니다.
  • Samchawon 2013/10/25 20:36 #

    유익한 내용 잘 봤습니다. 브라이언 그린의 책을 보듯 뭔가 좀 잡히는듯한 느낌 이네요.
    한가지 걱정은.. 여자친구가 없거나 모태솔로들은 다음 편을 이해 하기 더더욱 힘들까 걱정이 되네요.^^
  • daviddaniel 2013/11/27 02:41 #

    YouTube에 힉스와 관련된 재미있는 동영상이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9Uh5mTxRQcg

    영어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 kipid 2014/01/15 15:18 #

    힉스의 진공 기대치가 왜 246 GeV 인지는 이론적으로 설명이 안되나요?
    힉스 매커니즘이나 힉스가 왜 전자의 질량이 이렇게 설정되었는지 (뭐 비교를 통해 질량 수치를 정해야할테니. 전자랑 양성자 질량 비율이 왜 이렇게 설정되었는지가 더 정확한 질문이려나요?) 등을 설명하나요?

    이런거였으면 실험전에 힉스 질량이 246 GeV 일 거라고 예측을 했을거 같은데... (대충의 범위가 이럴거다라고 추측은 하던데... 이건 그냥 때려맞추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게 많은거 같아요. 그런데 더 알아가는게 점점 너무 어려워져서 -ㅇ-;;;;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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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begin{eqnarray} \hbar c =197.3 \text{MeV fm}\\ (\hbar c)^2=0.389 \rm{GeV}^2 \rm{mb}\\ 1.0{\rm pb}=\frac{2.568\times 10^{-3}}{\rm TeV^2}\\ =10^{-40} {\rm m}^2 \end{eqna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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