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mart boy.

어렸을 때 `블루백스 시리즈'로 나온 어느 과학책에서 흥미로운 그림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원시인이 작대기로 우주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의 그림이었는데, 그림 아래에 "왜 이렇게 머리가 좋아진 것일까?"라는 글이 씌어져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는 인류가 생존에 필요한 만큼 이상으로 비상한 지적인 능력을 소유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인데, 어린 마음에 매우 큰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캐나다의 올레그 데르가쳬프(Oleg Dergachev)가 그린 아래 그림은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어른들'로 상징되는 일반인-세속적 사람들-은 날아가는 새를 보면서 그로부터 가져올 수 있을 경제적 이익 -영양 섭취원으로써의 새-를 생각하지만, `똑똑한 아이'로 상징되는 소년은 새의 근육의 작동원리와 비행의 원리를 생각합니다. 아마도 데르가쳬프는 표면적인 이익과 대비한 근원적 추구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한가지 의문은 과연 먼 미래를 바라보았을 때 `어른들'이 더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인가 아니면 `똑똑한 아이'가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인가 입니다.

언제가 어느 분께서 `당장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가능성이 적은 분야'에 대한 연구와 추구는 순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착각에 가깝다는 요지의 말을 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양자역학도 실은 독일 금속 재련 분야의 공학적 필요성에 의해 연구가 추진되었다는 것이고, 헤르츠의 전자기파 연구도 대서양 항해에 필요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어느 분께서는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 어떤 이는 당장 보여지는 결과물에 더 큰 의의를 두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당장 결과물이 보이지 않더라도 결국에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더 큰 의의를 두기도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GPS의 실용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연구된 것이 아니지만, 우리 우주의 시공간 진화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좀 간략화해서 말하면 위 두분의 말씀을 다음 처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어른의 군침이 소년의 호기심보다 더 실질적인 과학 발전의 원동력이다.
2. 눈앞의 군침에 혼을 판 어른이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이 더 큰 발전을 가져온다.

저는 두 의견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당장 현안이 된 경제적 문제와 직결해서 추진된 프로젝트에 의해서도, 또 순수한 호기심의 추구에 의해서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1번 주장이 너무 커졌을 때 순수한 호기심에 의거한 과학 발전이 아예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채 사그러 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2번을 주장한다고 해서 돈이 될 여지가 있는 1번 성격의 프로젝트들이 투자자를 만나지 못할 위험은 오히려 낮다고 여깁니다.

얼마전 연구재단에서 연구비 지원계획에 대한 심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예전에 비해 한국의 연구비 지원 상황은 매우 좋아졌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고, 적어도 양적으로 보았을 때 그 말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똑똑한 소년'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여전히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힘있는 어른들 중에 (설사 자신은 고기에 더 관심이 있을 지언정) 한 명 정도는 목말을 태워 소년이 새를 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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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병아리99 2011/03/31 18:16 #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어른의 필요에 따라 만드는 것도 발전에는 도움이 되죠.
    하지만 의외의 '어린아이'의 생각도 발전을 한다는 점이 재미있는 내용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정부는 아직도 멀었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 루이 2011/04/01 02:00 #

    '똑똑한 소년"이 상대성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재야과학자같은 경우만 아니라면 분명히 연구비를 지원받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와 의견상 괴리가 있네요.
  • cataka 2011/04/01 09:38 # 삭제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 할 수는 없지만, 균형감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 nina 2011/04/01 11:21 #

    짝짝짝~

    게다가,
    비록 동기가 어른의 군침에서 출발한 연구라고 해도,
    창조적인 씨앗을 발견하고 학문까지 끌어올릴 때까지 에너지와 집중력을 발휘하고 유지하려면,
    아이의 마음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s.
    교육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큰 창조성은 유년기에 배태되는 거래요.^^
  • 2011/04/01 11: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physhik 2011/04/02 07:03 #

    세상의 가치평가가 우리가 바라는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죠.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 역시 현재 과학연구활동의 가치평가가 과소평가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역시 과학을 하는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일테지요.

    그리고 똑똑한 소년에 관한 것은, 저 역시 루이님 의견과 비슷합니다. 정말 똑똑한 소년이라면 눈에 띄게 되어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나 만약 물리학에 대해서라면 더더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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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gin{eqnarray} \hbar c =197.3 \text{MeV fm}\\ (\hbar c)^2=0.389 \rm{GeV}^2 \rm{mb}\\ 1.0{\rm pb}=\frac{2.568}{\rm TeV^2}\\ =10^{-40} {\rm m}^2 \end{eqna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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