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얼마전 동네 슈퍼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어떻게 동네 슈퍼에서 쿨한 이야기가 나올지 의아한 분이 계실텐데 내 자신도 예상치 못한 쿨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 슈퍼는 24시간 오픈을 하는 관동지역의 꽤 큰 체인점이고 옆에 16번 국도가 달리고 있어 손님이 뜸한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동경시내의 여느 슈퍼마켓처럼 붐비는 것은 거의 못봤으니 매출이 그리 높진 않고 그럭저럭 운영이 되는 그런 곳으로 보인다.

열두시는 넘었고 새벽 한시는 아직 안된 시간에 자전거를 끌고 그곳에 갔던 이유는 그리 특별한 건 아니었다. 가끔 그런 날이 있잖은가? 새벽인데 잠은 안오고 왠지 TV에서 광고하는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면 행복해 질 것 같은. 사실 낮에 봐둔 Yebisu의 가을 신상품이 계속 눈에 밟히던 참이었다.

슈퍼 앞에 자전거들이 꽤 많이 있었다. 한 20대 정도? 그리고 주차장에도 차들이 그날 따라 좀 많았다. 넓은 주차장이라 붐비는 인상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썰렁하지 않았으니까.

그 때 슈퍼에서 나오는 두 소녀가 있었다.

10대 후반? 20대 초반?

한 그정도로 보이는 어찌보면 평범한 아가씨들인데 왠지 신경이 쓰였던 것은 두 사람다 헬멧을 옆구리에 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얌전한 옷차림의 그녀들이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는 것도 그리고 헬멧을 가지고 있는 것도 좀 의외라고 느꼈다. 일본도 한국처럼 대체로 치안이 좋은 곳이라곤 하지만 어린 아가씨 둘이 주택가 편의점이 아닌 국도옆 슈퍼를 새벽 시간에 찾는 건 그래도 흔한 축에 속하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잠시후 나는 감탄하고 말았다. 바로 자전거 주차장 옆에 서있던 할리 데이비슨에 두 소녀가 올라탔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슈퍼에 들어올 때 부터 그 커다란 오토바이가 눈에 띄었다.

슈퍼에서 뭔가 간단한 먹을거릴 샀는지 비닐 봉투를 들고 한 명은 뒤에 또 한 명은 운전석에 딱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헬멧을 눌러 쓰고 그 우렁찬 엔진음을 날리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유유히 슈퍼마켓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다행히 주변엔 아무도 없었으니 내가 넋이 빠졌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 같다.

Cooooool!!

난 그녀들이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어떤 가수를 좋아하고, 어떤 공부를 해왔는지. 가우스를 아는지, 오바마의 정책에 찬성하는지, 독도가 한국땅이라고 생각하는지, 열역학2법칙을 아는지, 봉골레 스파게티를 좋아하는지, 로마는 가보았는지 전혀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들은 내가 아직도 해보지 못한, 아니 해보려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만은 틀림이 없다. 적어도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일에 대해서 그녀들은 내 스승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선했다.

...

글쎄.

사람은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산다. 이것은 생물학적 진리이고 물리학적 섭리다. 그런데 삶에서 도전하고, 즐기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용기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너무나 한정되어 있고,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타협하고 만다.

인생은 수학문제와 같아서 포기하는 순간 답을 알 수 없다고 했던가? 더 많이 도전하고 더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그 할리 데이비슨이 남겨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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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하쿠 에비스 2009/10/19 21:46 #

    쿨하게~ 별건 아니고 ExtraD님이 에비스 신상 얘기를 꺼내시길래.. -_-;; 아마 이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앰버에일 스타일의 특별판인데 2006년 갑자기 한정판으로 등장해 수많은 주당들을 중독시키고는 홀연히 사라졌다는 전설의 그 물건입지요. 결국 재작년,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정판매를 하고 있는데 맛은 역시 최상급의 페일 에일이나 블론드 에일에 비하면 한수 아래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나...이곳...... more

  • kz의 생각 2009/10/25 01:44 #

    '난 그녀들이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어떤 가수를 좋아하고, 어떤 공부를 해왔는지. 가우스를 아는지, 오바마의 정책에 찬성하는지, 독도가 한국땅이라고 생각하는지, 열역학2법칙을 아는지, 봉골레 스파게티를 좋아하는지, 로마는 가보았는지 전혀 모른다.' 할리 데이비슨!... more

덧글

  • aeon 2009/10/19 21:20 # 답글

    정말 멋진 아가씨들이네요. ^^
  • ExtraD 2009/10/19 21:39 #

    적어도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아가씨들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 잘 모르지만.
  • leestan 2009/10/19 21:28 # 답글

    그 할리데이비슨은 어떻게 구한 걸까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 많아요 :-)
  • ExtraD 2009/10/19 21:38 #

    아마도...사지 않았을까요?
  • ExtraD 2009/10/19 22:06 #

    혹시 훔쳤다면..ㅋㅋ..coool!!
  •  sG  2009/10/19 23:10 #

    훔쳤다면 cool (X) -> hot (O)
    Hot Pursuit! [...]
  • solleo 2009/10/19 21:41 # 답글

    음결국종국에는할리인가요 ㅎㅎ
  • ExtraD 2009/10/19 22:06 #

    할리 자체 보다는 뭐랄까 스스로에게 쌓아놓은 벽 같은걸 허무는 느낌?
  • 기니만 2009/10/19 22:20 # 답글

    할리 한대 지르시죠.
  • 초록불 2009/10/19 23:20 # 답글

    오토바이에는 흥미가 없지만 유익한 글이었습니다...^^
  • 朴思泫 2009/10/20 08:04 # 답글

    그런 날 있죠.... 제가 사는곳은 대학가라 좀 사러 가면 무슨 이상한 오토바이가 학교 앞에 바글바글.... 중국제HSRC의 모모 오토바이와 쥬드등등의...... 화려한(?) 뭔가가 있어서 결국은 다른곳 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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