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기어를 만지다

이론물리학자는 실험을 해서는 안되는 존재로 알려져있다. "파울리 원리 (Pauli Principle) "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파울리는 기차를 타고 그 도시를 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CERN의 실험실에 오작동을 불러일으켰다지만 다행히 나는 자전거 기어를 고장나게 하는 정도로 그쳤다.

실은 무지로부터 일이 시작되었다.

자전거의 기어를 조절하는 케이블에는 미세 장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배럴 조절 로크너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론물리학자는 드문 법인데 나도 당연히 몰랐다. 그런데 "나사는 조여라"라는 법칙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였다. 그런데 계속 헛도는 것 같았다. 물론 덕분에 기어의 장력은 멋대로 재조정 되어 버렸고 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조사를 했다. 조사하고 연구하는 건 원래 잘하는 사람들이 또 이론물리학자들이다. 이론에 강하다. 그래서 '배럴 조절 로크너트'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다시 조정을 시도해보았다. 뭐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다시 기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신나게 달리면서 기어를 조절하는데 뭔가가 걸리면서 체인이 엉키며 "프론트 드레일러"가 확 돌아가 버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건 사실 처음 구입할 때 자전거포에서 꽉 조여주지 않아서 생긴 문제이기도한데 아무튼 엄청난 소음과 함께 페달링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길가에서 (다행히 자전거 전용도로라서 위험한 요소는 없었다) 장비도 없이 손으로 과감하게 돌아간 드레일러를 돌렸다. 프레임에 기스가 갔고 T_T 아무튼 움직일 수는 있게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전에 사둔 렌치로 조여주었다.

점점 기어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났다. 소음도 거슬리고, 뭔가 깨름직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논문도 발표했겠다 밤이지만 좀 딴짓을 해도 되지 않겠나 싶던 찰라 이 얼마나 재미난 놀이거리가 생긴 것인가? 더구나 내 눈에 이런게 보였다.



오예~ 당연히 새벽 2시지만 공구 몇개와 방청용 오일 그리고 공사장용 흰장갑 등을 챙겨서 자전거 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일이 벌어졌다.

일단 전에 돌아갔던 드레일러 위치를 조절하고싶었다. 그래서 드레일러와 프레임을 연결하는 너트를 풀었다.

...

...

그 순간 체인의 장력+무게 때문에 드레일러 전체가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

...

눈앞이 깜깜했다. 새벽에 무슨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잠을 잤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인터넷을 돌아다녔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자전거포에 가서 조절해달라고 하면 약간의 금전만 지불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프레임에 기스도 가고 이제 아예 체인이 엉켜서 움직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이런 옛말이 떠올랐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

...


해가뜨면 자전거를 이고 자전거포로 갈 것이다. 벌써부터 몸이 튼튼해질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손에서 나는 기름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아..

덧글

  • 자라 2009/09/18 05:02 #

    아...
  • 기니만 2009/09/18 05:23 #

    모르는 게 약. 아는 게 병.
  • RedPain 2009/09/18 08:12 #

    좀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2주째 자전거로 여행 중인 폴 크루그먼 형님이 생각나는군요. ;;

    http://krugman.blogs.nytimes.com/2009/09/04/my-whereabouts/
  • 아일턴 2009/09/18 08:23 #

    Aㅏ.... 이론물리학자는 손으로 뭘 만지면 안되는 건가효.... ㅠ_ㅠ
  • climber 2009/09/18 09:17 #

    아..파울리 원리..;;
  • 모모 2009/09/18 09:24 #

    파울리 원리가 이런 데서도 적용되는군요 -_-;;
  • 초록불 2009/09/18 09:31 #

    이론물리학자란 위험해... (아니?)
  • ExtraD 2009/09/18 09:33 #

    정말 그럴지도요. 대신 저는 전구를 갈아끼우거나, 문틀에 기름칠을 하고, 복잡한 오디오 배선을 하는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음..신발끈도 묶을 줄 알아요.
  • 초록불 2009/09/18 09:36 #

    신발끈을 묶을 줄 아신다니...^^

    저는 신발끈을 묶을 줄 아는 아내를 두고 있습니다. (먼산)






    사실 저도 묶을 줄 아는데 제가 묶으면 30분 안에 풀리는 이상 현상이 있습니다...
  • ExtraD 2009/09/18 10:06 #

    왠지 대화속에서 신발끈을 묶는 것이 하이테크에 속하는 것 같은데요.
  • snowall 2009/09/18 17:10 #

    끈 이론 하는 분들께 자문을 구해보시면 적절한 솔루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밀리네스 2009/09/18 10:04 #

    전구를 갈아끼우는데 이론물리학자가 몇명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찰이라던가....가 있을거 같네요 ^^
  • ExtraD 2009/09/18 10:06 #

    1명 이상이라는 것은 이론적으로 이미 알려져있지만 상한은 어디인지 오직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으네요.
  • Alias 2009/09/18 10:42 #

    자전거 자가정비하겠다는 분들 중 그런 실수 하는 분은 매우 많습니다.

    어떤 특정부위에 "항상 힘" 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까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싸구려 철자전거 갖고 이것저것 분해조립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이른바 어디가 그런 특성을 갖는지 "감" 이 오게 되는데 사실 그걸로 밥벌어먹을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 시간투자 대비 효과가 나는 일은 아닙니다...ㅡㅡ;
  • ExtraD 2009/09/20 03:06 #

    오늘은 앞바퀴 큐알을 풀었다가 뭔가 망가지는 듯한 느낌에 제빨리 다시 조였더니 미세하게 휠 밸런스가 틀어져서 브레이크 패드에 닿더군요...
  • curlyapple 2009/09/18 11:05 #

    그런 일은 기계과에게 맡겨주세요 (...)
  • RedPain 2009/09/18 12:07 #

    컴퓨터 고장 났다고 컴퓨터 공학과에게 맡기진 말아주세요. ;;; 컴공 출신이...

    http://www.thinkgeek.com/tshirts-apparel/unisex/frustrations/388b/?cpg=ab
  • curlyapple 2009/09/18 14:40 #

    전 자전거 고치는거 좋아하는 기계과입니다 (...)
    근데 컴퓨터 고치는건 딱 질색이에요 ㅋㅋㅋㅋ
  • ExtraD 2009/09/20 03:07 #

    ...음....
    정말로 자전거 고치는 거 좋아하세요?
  • 미친과학자 2009/09/18 11:16 #

    그러니까 그런 영역은 공돌이 or 실험 물리학자에게 맡기셔야!
    (....그래야 저희가 먹고삽..;;;;;)
  • ExtraD 2009/09/20 03:07 #

    제가 망가뜨린 자전거 수리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나올 수도 있어요.
  • 2009/09/18 15:4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ExtraD 2009/09/20 03:08 #

    수면 시간이 좀 줄어든듯..
  • 운향목 2009/09/19 02:59 #

    ...자전거 수리하시는 분들도 먹고 살아야죠. <-아?
  • ExtraD 2009/09/20 03:08 #

    제가 망가뜨린 자전거 수리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나올 수도 있어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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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begin{eqnarray} \hbar c =197.3 \text{MeV fm}\\ (\hbar c)^2=0.389 \rm{GeV}^2 \rm{mb}\\ 1.0{\rm pb}=\frac{2.568\times 10^{-3}}{\rm TeV^2}\\ =10^{-40} {\rm m}^2 \end{eqna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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