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누구나 지구가 둥글다는 걸 알고 있다. 사실 완전히 구는 아니고 적도쪽이 좀 통통하고 대략 반지름이 6400 km 정도 된다는 것도 안다.
우리는 누구나 지구가 자전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기원전 4004년 10월 어느날 (21일 일요일 오전 9시 15분전 *각주 참조*) 어느 전지전능한 지적인 존재가 낮과 밤이 있으라고 명령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전하면서 태양 빛을 바로 받는 지역은 낮이 되고 반대쪽은 밤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이해한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지구 궤도는 태양을 한 초점으로 하는 원에 가까운 타원궤도이며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진 덕분에 실제로 태양에 좀 더 가까운 때 북반구는 겨울이 된다는 것도 이해한다. cosine이 1/r^2을 이겼다.
그렇지만 태양이 우주의 중심은 아니고 수없이 많은 별들이 모인 우리 은하, 은하수 은하,의 중심에서도 한 참이나 떨어진 곳에 (빛으로 26000년 걸리는 곳에) 위치한 평범한 노란색 별이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우리 은하도 우주의 수 많은 은하중 하나이며 우리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빅뱅 이후 우주는 137억년 동안 팽창하면서 중력적 섭동으로 비롯한 작은 구조가 거대 구조로 진화했고, 그 속에 천체가 생겨나고, 생명이 생겨나고 물리학자, 은행원, 법률가, 의사, 교사, 야구선수, 소설가, 음악가, IT 스페셜리스트, 건축가, 소녀시대가 생겨났다는 것도 안다.
....
So what?
....
이걸 알면 점심이 생기나 저녁이 생기나? 스타벅스 커피 값을 깎아주나? 군살이 빠져 옷맵시가 좋아지길 하나?
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과연 이런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지구가 네모건 세모건 내가 밥먹고 사는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어떤이는 이런 걸 알 필요가 없으니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과학과 수학을 배울 필요가 없다 (내지는 보다 실용적인 내용-예를 들어 뜨개질이나 DIY 목공 혹은 신문읽는데 필요한 수학 등-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어차피 먹고사니즘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인생관, 세계관, 철학관이 온 사회에 가득하다면 우주가 팽창하건 수축하건 별이 빛나건 달이 빛나건 무슨 차이가 있겠나 싶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지구가 둥근 걸 아는 것이 다음 세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1] 우선 원론적으로 '인간이 금수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2] '중성미자 건강 밸트'는 안사야 할 것 아닌가?
[3] 이미 우리는 과학적 산물의 덕을 보며 살고 있지 않나?
순진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내 생각에 인간의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는 다름 아닌 주변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지적 능력이다. 지적 능력이 꼭 좋은 것인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인간의 수명이 평균 100세에 다가갈 수 있었고,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인정받은 사회를 만들어 온(혹은 만들어야 한다고 누구나 동의하는) 데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지적 능력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그리고 우주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해왔고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도 메이져 신문에 떡하니 실리곤 하는 괴의한 물건들과 별자리점 (지구는 천칭자리라고 한다 -_-)에 사회적 경비가 지출되곤 한다. 어르신들은 '신비의 건강밸트'가 중성미자로 인해 나빠지는 심장을 지켜주리라 믿으며, 젊은이들은 연애운을 보기 위해 타로점집을 찾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물론 건강밸트가 패션 아이템이 되어준다거나, 연애운을 보러 같이 간 점집에서 두근거리는 연애감정이 싹터서 연인이 될 수야 있겠지만 더 좋은 방법으로 돈을 쓰는 108가지 방법이 있다.
사실상 20세기 문명에서 과학을 빼면 중세의 삶에서 크게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한 번 곰곰히 자신의 방만 살펴보아도 어느 방향이 옳은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서 일체 과학적 산물의 도움없이 살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금도 구석기 시대의 문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아프리카의 토인들이 있다. 다만 그들의 평균 수명은 지금도 40세를 넘기 힘들다고 한다. 선택은 자유지만 과학의 혜택마져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동의하기 힘들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성적인 사회가 되는데 과학과 수학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각주* 멋진 징조들 (Good Omens), 테리 프래쳇, 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시공사) 참조
우리는 누구나 지구가 자전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기원전 4004년 10월 어느날 (21일 일요일 오전 9시 15분전 *각주 참조*) 어느 전지전능한 지적인 존재가 낮과 밤이 있으라고 명령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전하면서 태양 빛을 바로 받는 지역은 낮이 되고 반대쪽은 밤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이해한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지구 궤도는 태양을 한 초점으로 하는 원에 가까운 타원궤도이며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진 덕분에 실제로 태양에 좀 더 가까운 때 북반구는 겨울이 된다는 것도 이해한다. cosine이 1/r^2을 이겼다.
그렇지만 태양이 우주의 중심은 아니고 수없이 많은 별들이 모인 우리 은하, 은하수 은하,의 중심에서도 한 참이나 떨어진 곳에 (빛으로 26000년 걸리는 곳에) 위치한 평범한 노란색 별이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우리 은하도 우주의 수 많은 은하중 하나이며 우리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빅뱅 이후 우주는 137억년 동안 팽창하면서 중력적 섭동으로 비롯한 작은 구조가 거대 구조로 진화했고, 그 속에 천체가 생겨나고, 생명이 생겨나고 물리학자, 은행원, 법률가, 의사, 교사, 야구선수, 소설가, 음악가, IT 스페셜리스트, 건축가, 소녀시대가 생겨났다는 것도 안다.
....
So what?
....
이걸 알면 점심이 생기나 저녁이 생기나? 스타벅스 커피 값을 깎아주나? 군살이 빠져 옷맵시가 좋아지길 하나?
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과연 이런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지구가 네모건 세모건 내가 밥먹고 사는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어떤이는 이런 걸 알 필요가 없으니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과학과 수학을 배울 필요가 없다 (내지는 보다 실용적인 내용-예를 들어 뜨개질이나 DIY 목공 혹은 신문읽는데 필요한 수학 등-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어차피 먹고사니즘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인생관, 세계관, 철학관이 온 사회에 가득하다면 우주가 팽창하건 수축하건 별이 빛나건 달이 빛나건 무슨 차이가 있겠나 싶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지구가 둥근 걸 아는 것이 다음 세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1] 우선 원론적으로 '인간이 금수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2] '중성미자 건강 밸트'는 안사야 할 것 아닌가?
[3] 이미 우리는 과학적 산물의 덕을 보며 살고 있지 않나?
순진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내 생각에 인간의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는 다름 아닌 주변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지적 능력이다. 지적 능력이 꼭 좋은 것인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인간의 수명이 평균 100세에 다가갈 수 있었고,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인정받은 사회를 만들어 온(혹은 만들어야 한다고 누구나 동의하는) 데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지적 능력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그리고 우주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해왔고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도 메이져 신문에 떡하니 실리곤 하는 괴의한 물건들과 별자리점 (지구는 천칭자리라고 한다 -_-)에 사회적 경비가 지출되곤 한다. 어르신들은 '신비의 건강밸트'가 중성미자로 인해 나빠지는 심장을 지켜주리라 믿으며, 젊은이들은 연애운을 보기 위해 타로점집을 찾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물론 건강밸트가 패션 아이템이 되어준다거나, 연애운을 보러 같이 간 점집에서 두근거리는 연애감정이 싹터서 연인이 될 수야 있겠지만 더 좋은 방법으로 돈을 쓰는 108가지 방법이 있다.
사실상 20세기 문명에서 과학을 빼면 중세의 삶에서 크게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한 번 곰곰히 자신의 방만 살펴보아도 어느 방향이 옳은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서 일체 과학적 산물의 도움없이 살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금도 구석기 시대의 문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아프리카의 토인들이 있다. 다만 그들의 평균 수명은 지금도 40세를 넘기 힘들다고 한다. 선택은 자유지만 과학의 혜택마져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동의하기 힘들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성적인 사회가 되는데 과학과 수학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각주* 멋진 징조들 (Good Omens), 테리 프래쳇, 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시공사) 참조





덧글
나인테일 2009/07/05 22:01 # 답글
뉴트리노 건강벨트라니... 좀 대단하군요...(....)
ExtraD 2009/07/05 22:04 #
노벨상과 Kamiokande의 실험까지 들먹이며 아주 가관이었답니다.
부전나비 2009/07/05 22:04 # 답글
제목 낚시에 파닥거렸지만 결론은 '지구가 둥글다는걸 알아야 한다'로 마치네요.결국 과학/수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과에게 매우 좋은 글....(...음?)
ExtraD 2009/07/05 22:09 #
낚시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질문하고 답하고.. ^^
김남용 2009/07/05 22:09 # 답글
ExtraD님 일본에 계시지 않나요?일본의 지하철 판매원은 그렇게 광고하나보죠?
(일본에서는 한번도 못봤는데 말이조... 흠흠...)
역시 한국!?
ExtraD 2009/07/05 22:10 #
중성미자 벨트는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아마도 국산..??)
김남용 2009/07/05 22:13 #
으하하하 대단한걸 판매하고 있군요!그래도 설마... "중성미자"에 대한 걱정 때문에 구입하는건 아닐거라 믿습니다.
단순히 상대적으로 값싼 허리보호대가 필요했을거라 생각해봅니다.
라고 쓰다보니 왠지... 중성미자가 심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 구매한 사람도 있을거란 확신이 들어버리는군요. ㅡ_ㅜ
ExtraD 2009/07/05 22:15 #
진지하게 광고하는 글이었고, 아마도 진지하게 구입한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mahabanya 2009/07/05 22:14 # 삭제 답글
동감입니다.지하철 환풍배기구에 발전기를 달겠다는 이상한 사업에 돈을 몇 백억 쓸뻔한 일이 벌어지는 나라인데...
저는 덧붙여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강제로라도 현대 과학과 공학의 정수를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연구/개발하시는 분들을 초청하여 1주일씩 공부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ㅋㅋ 시험도 봐서 패스 못하면 삼진아웃같은 것도 시키고.
ExtraD 2009/07/05 22:16 #
3진 아웃제 재밌네요.과학계에서도 좀 더 진지하게 대중강연에 힘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강연중 정치인 특별 강연도 마련되면 아주 좋겠어요. 진심으로.
libertan 2009/07/05 22:59 # 삭제 답글
인간이 짐승과 달라지게 된 계기는 '불공평하게도' 어떤 절대자가 편애해 줘서가 아니라, 태양이 별 사이를 한 번 운행하는 동안 달은 대충 열 두 번 운행한다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죠(수레바퀴 굴리는 건 개똥벌레도 하는 일임 ^^; ). 또한 한 때 유럽과 나머지 세계의 '힘'이 너무나 달라지게 된 계기 또한 오랫동안 글자 그대로 믿어오던 '수 천 년 전의 그럴듯한(?) 수사적 표현'에 의문을 품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학)'을 알아보기 시작했기 때문... 정말이지 과학 교육 - 나아가서 교양 과학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소양을 갖추는 건 너무나도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로 몇 주 전 '그런 과학적 소양을 전혀 갖추지 못한' 일부 언론인(?!)들이 언급한 "투시 안경" 기사를 보고 extraD님과 비슷한 '황당한 안타까움'을 느꼈었지요 D=> 아, 좋은 포스트에 작은 티 하나 -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의 궤도 속도는 약 30 km/s입니다. 270 km/s는 아마 '우리 은하의 중심에 대한 태양의 공전 궤도 속도'일 겁니다. 물론, 두 속도 모두 '실제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목숨 걸고 알아내려 했던 용감한 선배들이 없었다면 도무지... 아마 '투시 안경'이나 '중성미자 건강 벨트(? OMG!!)' 만큼이나 믿기 힘든 사실일 듯 =)
ExtraD 2009/07/05 23:04 #
공전속도 말씀하신바와 같습니다.실은 좀 전에 저도 발견했어요. 감사합니다.
-A2- 2009/07/05 23:00 # 답글
요즘 과학공부 해야될 사람들이 많죠.고여있는 물에 배를 띄우고 스크류를 돌리면 산소가 공급되서 물이 깨끗해진다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ExtraD 2009/07/05 23:04 #
스크류에 산소 공급 장치를 달면 되겠네요. 헐
Lucid 2009/07/06 00:50 # 답글
중등교육이라는 한정된 틀에서는 지금처럼 가르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그래도 문과가 과학을, 이과가 사회를 수능시험치지 않는 것에는 역시 불만입니다), 대학 수준의 고등교육이라면 인문계열에서도 일반수학, 일반물리 수준의 지식을, 그것도 안 된다면 최소한 고교 자연계 수준의 수학과 과학까지는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고시를 봐서 관료가 되든, 사회에서 회사생활을 하든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는 환풍기 설계 승인 같은 짓을 안 하지요. -_-;저 자신도 소위 한국의 최고 학부라는 곳에서 인문계열 전공과정을 거의 마쳐 갑니다만, 이공계가 인문계의 지식을 모르는 것은 교양이 없다고 평하면서 그 반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매우 불만입니다. 미적분학은 모르면서 근대성은 쉽게 논하는 그런 장면들 말이죠.
마지막으로... 그래도 우리 생활에서 과학을 빼면 중세시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으리라는 말씀은^^; (역시 과학의 영향을 크게 받긴 했지만) 그만큼 인간의 인문사회적 세계관도 많이 확장되어 왔다고 봅니다.
객입니다.
글 업어갑니다.
오늘 종일 弘翼人間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저는 극단 물리의 연극쟁이 오김수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ExtraD 2009/07/08 20:47 #
반갑습니다.짧은 덧글에도 힘이 가득하시네요. :-)
큰스님 2009/07/06 11:26 # 삭제 답글
슬픈 사실은"왜 이공계열에 종사하는 사람이 인문지식이 없다면 무식하다고 하면서
그 반대의 현상은 질책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하면
"그러게요"
라는 동조보다는
사람들이 그 이유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억지고)
ㅜㅜ
leestan 2009/07/06 13:40 # 답글
하하하하 유사과학이 판치는 멋진세상!!!그 누구도 과학전문가가 되는 현상이군요..
중성미자 벨트까지는 아니지만, 자기장으로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목걸이는 본적이 있습니다...
자석을 사용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