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미 뇌터(Amalie Emmy Noether)는 19세기-20세기 초중반 유럽 학계에 뿌리밖고 있던 성차별의 전통속에서도 반짝이는 업적으로 이름을 남긴 위대한 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이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으로 꼽았으며 이에 동의하는 이론물리학자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래는 아인슈타인이 1935년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그녀에 대한 글이다. 깊은 향이 있는 명문이다.
그녀는 1882년 오늘 (3월 23일) 에를랑겐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 막스 뇌터 역시 수학자였다. 에미 뇌터는 원래 프랑스어와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될 생각이었으나 그의 아버지가 강의하던 에를랑겐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다행스런 선택이었나!)
내가 처음 그녀의 이름을 깊게 느끼게 된 것은 학부 2학년 때 란다우-리프쉬츠의 [역학] 교과서를 통해서였다.
이 기억은 생생하다. 이 책에서 공간의 translational symmetry (길이 방향 이동에 대한 대칭성)으로부터 운동량(linear momentum)이 불변량으로 유도되고, time translational symmetry (시간 이동에 대한 대칭성)으로부터 에너지(energy)가 불변량으로 유도된다는 것을 처음 배웠다. 그리고 이 깊은 물리학을 아름다운 수학적 정리(theorem)로 만들어낸 이가 바로 에미 뇌터였던 것이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아름다움은 장엄한 자연이 주는 시각이나 청각 혹은 촉각이 만들어내는 감각적 아름다움일 수도 있겠지만 보다 근원적으로 자연이 작동하는 이면에 숨겨진 깊은 원리가 주는 '우아함'에 대한 표현일 때가 있다. '뇌터의 정리'가 주는 경의로운 아름다움도 그런 범주의 것이다.
그녀가 '뇌터의 정리'를 발견한 때는 1915년 이라고 한다. 33세의 그녀를 괴팅겐으로 부른 힐베르트와 펠릭스 클라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이 에너지 보존법칙과 일견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불변론의 전문가인 뇌터를 통해 이 문제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과연 그녀는 "괴팅겐의 늙은 문지기(the old guard of Goetingen)도 뇌터 아가씨로부터 좀 배워야겠어요"라는 편지를 힐베르트에게 보낸 아인슈타인에게 -그리고 그의 모든 물리학 후배들에게- 큰 인상을 남기는 업적을 낳는다.
이 후 뇌터는 대수학에서 역시 큰 업적들을 낳으며 수학자들에게는 'Ring이론의 뇌터', '대수학적 위상학의 뇌터'로 더 유명해진다. 대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뇌터가 물리학자들에게 왜 유명한지 의아해하는 수학자를 만난적도 있다. :-)
**사진 설명: 젊은 수학자가 경애하는 뇌터, 출처 http://www.cosy.sbg.ac.at/~jpfalz/ENOETHER.html *)
**오늘은 라플라스와 파데예프의 생일이기도 하다. (via Lubos)
덧글
아 그리고 라플라스님도 만만세! :D 지금도 라플라스식을 써 생쥐망막층의 두께를 재고 있어요 ㅎㅎ
링크한 아인슈타인의 글을 읽으면서 좀 뜬금없지만 "외화획득!"을 외치던 모 연예인들의 유투브 동영상이 떠올랐습니다. 해외공연을 앞두고 기분을 업시키려는 의도로 그렇게 했겠지만 아직은 어린 그들이 자신들의 공연을 돈으로 환산해서 그 가치를 메기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 그 모습이 갑자기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뭐든 돈으로 가치를 매기고 싶어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데 당대 수학자들이 한번씩은 연모했다고 한 수학계의 미녀 소피아 꼬발렙스까야는 아시나요?
미인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보다는 란다우/립쉬쯔 책 파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아마존에서 구입 가능하세요. 아마 교보문고에서도 팔지 않을까 합니다.
http://www.amazon.com/Course-Theoretical-Physics-Davidovich-Landau/dp/0750628960/ref=pd_bbs_sr_1?ie=UTF8&s=books&qid=1238386952&sr=8-1
말씀대로 뇌터의 정리는 자연이 움직이는 원리의 '우아함' 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