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O의 불편한 현실 물리 이야기

지난 17일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팀은 LIGO와 GEO600 이라는 이름의 중력파 검출장치를 연동하여 시도한 중력파 찾기에 실패했다는 요지의 논문을 아카이브에 등록시켰다. 물론 논문에서는 '디텍터가 잘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이 디텍터는 중력파를 찾기 위한 것이지 작동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매우 불편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지난 2007년에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었죠.)

http://arxiv.org/abs/0807.2834

1916년 아인슈타인이 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내놓고, 그 이론의 선형화된 버전에서 중력파 해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중력파는 스핀이 2이며, 질량이 없고, 양자장론의 입장으로 보면 중력을 매개하는 입자로 강한 quartic 중력장 요동과 동반하여 생성될 수 있으나 그 흔적이 실험실에 나타난 적은 없었다.

그 후로 물리학자들은 중력파를 찾기 위해 정말 헌신적으로 노력했고, 실제로 LIGO 실험을 위해 투입된 연구비도 물경 3억 6천 5백만불에 달한다. 이는 NSF에서 가장 야심차게 지원하고 있는 실험이기도 하다. 이 실험은 거대한 규모의 레이져 간섭장치를 이용하는 것으로 만약 중력파가 주변을 지나가게 되면 서로 직각 방향으로 전파하는 레이져 사이에 미세한 상변화가 관측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LIGO는 우주 어디에선가 강력한 중력 요동 (블랙홀의 엉킴, 중성자별의 엉킴 등)이 발생하고, 그 때 생성된 중력파가 지구까지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실험이다. 강력한 검출장치를 만들어 놓고 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1992년 이후 모든 노력은 2008년 7월 현재까지 무위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억세게 운이 나쁘게도 우리 주변에서 블랙홀이 엉키는 일이 발생하지 않은 탓이거나 만들어 놓은 검출장치가 충분히 훌륭하지 않아서 놓쳐버린 탓이다. 아마도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블랙홀이 엉키도록 컨트롤 할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맘대로 블랙홀을 만들고 엉키게 하고 중력파가 생성되는지 볼 수만 있다면야 고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할 수 없고 다만 검출장치를 좀 더 강력하게 만들어내는 길이 남아있다. 실제로 LIGO 팀은 이미 업그레이드 계획을 마쳤고 NSF는 또다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지난번 서울대 강연에 참석했던 알렉스 박사가 전했다.

수억달러를 들인 수십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지금 LIGO 관계자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래도 미래가 있으니 여전히 기대에 충만해 있을 수 있을까? 내가 다 걱정이 된다.

덧글

  • cw 2008/07/30 19:57 # 삭제

    16년의 시간, 3억 6천만 달러의 연구비...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이군요. 인류가 대대로 전해온 것 중 가장 가치있는 것이 세상의 진실을 찾기 위한 이같은 노력이 아닐까 합니다. 부디 이러한 노력이 다른 쓰잘데기 없는 수많은 - 전쟁 같은 - 것 때문에 끊어지지 않고 전해졌으면 합니다.
  • EOP 2008/07/30 20:02 # 삭제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한 실험을 위해 3억 6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가도, 이라크 전쟁을 위해 한 달에 120억 달라씩 쏟아 붇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차라리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의미는 있는 곳에 돈을 쓰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ExtraD 2008/07/31 00:04 #

    맞아요.

    전쟁 비용과 비교하면 정말 새발의 피죠.
  • 유나아빠 2008/07/31 10:12 #

    LIGO에게 친구를 소개 시켜 주고 싶네요......SETI 라고...
    둘다 너무 외로워 보여서요.
  • ExtraD 2008/07/31 12:40 #

    둘다 (아직까지) 실패라는 점에서 유사한 면이 있긴 합니다만, SETI와 LIGO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고 보는 것이 과학계의 일반적인 생각인 걸로 보입니다.

    SETI의 경우 거의 컨트롤 할 수 없는 가정들에 바탕을 둔 실험이라는 점에서 LIGO의 그것과 매우 다르니까요.
  • Explore 2008/07/31 10:41 # 삭제

    수백만광년 떨어진 블랙홀이 일으키는 중력파문은 실험장비 비로근처에 있는 수십톤의 쇠덩어리리를 진동,회전 시킬때 나오는 중력파문에 비해 얼마나 큰가요?
    태양질량이 ~10^30kg 이니 블랙홀을 10^(31~32)kg 정도일테고,
    거리는 1yr ~ 10^13 km 이니
    1백만광년 블랙홀의 중력은 ~ G*10^(-9,-10),
    이에반에 1km 떨어진 1kg 이 주는 중력은 ~G oder 정도 일텐도 왜 중력파를 찾는데 블핵홀읗 필요로 하는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차라리 지상에서 수kg 질량을 진동시켜서 측정하는게 훨씬 효율적일것 같은데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까?
  • ExtraD 2008/07/31 13:04 #

    아래로~^^
  • Eclipsia 2008/07/31 10:43 #

    측정하지 못한 것도 일종의 기록할 만한 사실들이니까 의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SETI와 비교될 레벨의 프로젝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계속적으로 지원을 받아서 측정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LIGO의 sensitivity가 천천히 올라갔던 것처럼 뭔가 다른 아이디어가 나오거나 하는 일도 분명히 이런 경험이 쌓인 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고- 조금 나이브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보기 전엔 확신할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 ExtraD 2008/07/31 12:37 #

    맞습니다.

    이미 LIGO가 이루어낸 sensitivity 자체가 경이로운 수준의 물리학적, 공학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LHC가 그런 것 처럼 말이죠. ^^)
  • 나그네 2008/07/31 10:52 # 삭제

    학자들이 존재하지않는 중력파를 찾으면서 애를 쓰는 군요. 거시기와 닮았네요.
    초전도체에서 두개의 전자를 묶는 매개체가 있다고 믿고 찾는거와 어찌 그리 같은지...매개체는 없는데....언제나 없다는 것을 눈치를 챌지 걱정이네요.
  • ExtraD 2008/07/31 12:53 #

    한때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전자, 반전자, 뮤온, 반뮤온, 타우, 반 타우입자, 3 종류의 중성미자, 중성미자의 질량, up 쿼크, 다운 쿼크, 참 쿼크, 스트레인지 쿼크, 바텀 쿼크, 탑 쿼크, 약한 핵력을 매개하는 W입자와 Z 입자, 강한 핵력을 매개하는 글루온 입자, 그리고 빛의 입자가 발견되어온 역사가 20세기 입자물리학입니다.

    그리고 중력파의 존재는 이미 바이너리 시스템에서 간접적이지만 매우 정밀하게 확인된 바가 있으며 노벨상도 수여되었습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 Explore 2008/07/31 11:20 # 삭제

    중력자 검출에 블랙홀이 중요한 이유는 수백,수천만개의 아주 아주 약한 에너지을 가진 중력자보다는 몇개의 고에너지 에너지 중력자를 검출하기가 훨씬 쉽기 떄문인가요?
  • ExtraD 2008/07/31 12:35 #

    질량 M, 길이 L인 진동자가 만들어내는 중력파의 파워는 다음과 같습니다.

    P = (2/45)* G M^2 L^4 f^6/c^5,

    1킬로그램, 1미터짜리 진동자라면 대략 P = 10^{-47} erg/s 이군요. 일단 검출할 수 있는 수준의 파워를 내려면 '큰 질량', '대규모'가 요구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ref) Wald, pp87

  • 유나아빠 2008/08/01 11:23 # 삭제

    아~ 저는 기다려도 오지 않는 각자의 '님'을 기다리는 외로운 두사람 처럼 느껴저서요.... 각자의 직업이나 재산을 비교 한것은 아님니다.
    과학 볼로그에 너무 감성적인 덧글을 남겼네요. 죄송합니다.^^
  • ExtraD 2008/08/01 11:32 #

    님을 기다린다는 표현은 정확하세요.
    그리고 과학자들이 얼마나 감성적인데요. ^^
  • 나그네 2008/08/06 16:53 # 삭제

    중력파는 나오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매개하여 힘이 발생한다는 설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전자약력에서 w.z입자가 약력을 매개한다고 하는데 정말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쟎아요. 추정이 그렇다는 거죠...
  • ExtraD 2008/08/06 17:22 #

    W,Z 입자가 약력을 매개한다는 것은 매우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고, 확인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자-반전자 충돌장치에서 다음 과정을 보면됩니다.

    e+e---> mu+ mu-

    이 과정이 일어날 확률은 위 과정는 포톤과 Z 입자가 매개하여 발생할 수 있는데 충돌 에너지를 올려가면서 산란단면적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충돌 에너지가 매개하는 Z 입자의 질량과 정확히 같아질 때 공명(resonance)가 일어나서 그 확률이 크게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LEP 실험 등을 통해 매우 정밀하게 증명되었고, 그 결과 표준입자물리학 모형이 실험적으로 검증된 것입니다.
  • 나그네 2008/08/08 15:06 # 삭제

    주인님 제 말을 오해를 하셧어요. 전기력은 두 하전입자가 광자를 매개로 척력과 인력이 발생한다고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광자를 어떻게 교환을 하면 척력이 되고 어떻게 교환을 하면 인력이 되는지 설명이 없다는 거죠. 중력은 질량을 가진 입자가 중력자를 교환해서 힘이 발생을 한답니다. 중력자를 어떻게 교환을 하길래 항상 인력인지 내용이 없다는 겁니다. 소립자붕괴과정에서 어떤입자를 거쳐서 붕괴가 되는지는 설명이 됩니다. 하지만 인력인가 척력인가가 설명이 안된다는 뜻입니다. 혹시, 새로 발견된 것이 있으면 가르쳐 주세요.
  • ExtraD 2008/08/08 15:48 #

    양자장 이론의 기초적인 내용입니다.

    전자기력은 게이지 이론에서 아벨리안 게이지 군인 U(1)군으로 기술됩니다. 광자는 U(1) 게이지 군의 게이지 입자로 양자화된 입자입니다. 이 경우 전하는 양의 값과 음의 값을 가지는 두가지 경우가 가능합니다. 같은 부호를 전하를 가지는 입자 간에 포텐셜과 다른 전하를 가진 입자간의 포텐셜은 서로 반대 부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 쪽은 인력으로 다른 쪽은 척력으로 나타날 수 있게 됩니다.

    중력자의 경우 에너지-모멘텀 텐서와 결합하여 힘을 전달합니다. 이 경우 서로 다른 부호를 가지는 전하따위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인력이 됩니다.

    모두 완전한 설명이 가능한 현상들입니다.
  • 나그네 2008/08/12 15:10 # 삭제

    그 수학적의미를 교환되는 광자에 대응시켜서 광자가 어떻게 교환이 되길래 인력도 있고 척력도 있는지 설명을 해야겠죠.
    중력자가 어떻게 교환이 돼서 인력만이작용하는지...수식이 의미하는 내용이 워낙 다양해서 헛다리 짚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디랙이 만든 디랙방정식이 수소원자의 s오비탈상태를 기술없다고 하는데도 계속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헛다리짚어서 그러는 거는 아닐까요.
  • cosmo 2008/08/14 14:50 #

    왜 인력이고 척력인지는 게이지이론 없이도 기술할 수 있어요. A, Zee의 QFT in a Nutshell (I-5장) 에 보면 '양자역학(Path Integral)과 로렌츠 불변'을 통해 왜 전자기력은 '인력+척력'이 되고, 중력은 인력만 가능한지 아주 우아한 방법으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디락방정식이 수소원자의 s오비탈 상태를 기술(할 수) 없다고 하는데도"
    [citation nee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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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begin{eqnarray} \hbar c =197.3 \text{MeV fm}\\ (\hbar c)^2=0.389 \rm{GeV}^2 \rm{mb}\\ 1.0{\rm pb}=\frac{2.568\times 10^{-3}}{\rm TeV^2}\\ =10^{-40} {\rm m}^2 \end{eqna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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