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많이 바쁘긴 했나 봅니다. 카네기-멜론에서 온 이HM 박사께서 요즘 재밌는 책 읽은 것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답을 못하겠더라구요. 와인버그의 우주론책에서 인플레이션 부분을 재밌게 읽었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_^;;
사실 (재미나게) 읽고 있는 책이 있긴 합니다. 거의 한달 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진도가 너무나 너무나 더디게 나가서 (20분 읽고, 일주일 있다가 17분 읽고..하는 식으로) 도대체 아직도 반도 못 읽은 그 책의 제목은 [웃음의 나라].
이미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를 들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의 끈을 놓치기 힘든 것은, 곳곳에 암시된 '답'의 연결고리가 기발하면서도 어설프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좋아하는 책은 여러번, 그러니까 한 스무번 이상, 읽고 또 읽기를 좋아합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읽을 때마다 새로 발견하는 숨겨진 재미는 충분한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전혀 지겹지 않아요. 오히려 안심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데 집중할 수 있으니 어떤 면에선 처음 읽는 것 보다 두번째 혹은 세번째 읽는 것이 더 재미난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좋아하는 책을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은 한 번 이상 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실상 보통 사람들의 독서 습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겠군요.
저는 기발한 책을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묘사와 뭉클한 감동도 물론 좋지만 정말 머릿속 안쓰던 근육을 확 깨워주는 작가의 상상력을 높게 평가해요. 그렇지만 그 상상력을 뒷받침해줄 탄탄한 바탕이 없는 상상력은 즐기지 않습니다. 어설픔 때문에 기껏 생각해낸 기발한 상상이 망쳐지는 걸 보는 건 정말 괴롭거든요.
[웃음의 나라]는 일단 기발함 부분에서 썩 맘에 드는 쪽입니다. 그리고 조나단 캐럴이라는 이 작가, 수다가 보통이 아니에요. 오랫동안 모아온 가면 컬렉션에 기름이나 바르던, 여자친구도 없던 주인공이 실은 굉장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끌고 가는 그 솜씨는 분명 일급 작가의 그것입니다.
아직 반밖에 안읽었는데도 이미 읽어버린 반이 지나가 버린게 아쉬운 책 [웃음의 나라]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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