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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가장 깊은 비밀과의 충돌


사진의 매력적인 사나이는 프린스톤 고등과학원의 이론물리학자 니마 아르카니-하메드 (Nima Arkani-Hamed). 그는 LHC를 통해 "왜 중력은 그토록 약한 힘인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디모포울로스(S. Dimopoulos), 드발리(Gia Dvali) 등과 함께 예측한 일련의 논문들을 1998년 발표했으며, 이들의 이름을 딴 `ADD 모델'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72년생이니 불과 26세에 이론물리학계의 초거성으로 떠오른 것.

**The Hierarchy Problem and new dimensions at a millimeter (ADD, 1998, +3424 citations)

**New dimensions at a millimeter to a Fermi and superstrings at a TeV (Antoniades+ ADD, 1998, +2584 citations)

**Phenomenology, astrophysics and cosmology of theories with submillimeter dimensions and TeV scale quantum gravity (ADD, 1998, +1603citations)

논문 전문은 [여기]


그들의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실은 (끈이론이 예측하는) 고차원 세계의 부분 세계이며, 중력은 고차원 세계의 힘으로 여분의 차원(extra dimensions)을 넘나들고 있다. "


이 아이디어가 어떻게 중력이 약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걸까? 한 번 생각해보자.

질량을 가진 물체 주변에는 '중력장'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 중력장에 작은 테스트용 공을 놓으면 중력장 방향으로 중력을 받게된다. 그리고 중력장의 세기는 질량체로 부터 멀수록 약해지게되는데 그것이 바로 태양이 훨씬 무거운데도 우리가 지구 중력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 이유다. 태양은 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만약 우리가 '보고' 있는 시공간의 차원과 실제로 중력이 '전파하고' 있는 시공간의 차원이 다르다면?

여기서 우리가 '보고' 있는 차원은 쉽게 생각해서 전자기파가 전파하는 공간 차원이고, 중력이 '전파하고' 있는 차원은 실제 우리 물리세계의 시공간 전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둘이 같을 선험적인 이유따윈 없다!

만약 여분의 차원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중력장'은 여분의 차원 방향으로 일부 새어나가게 된다. 이렇게 새어나가는 있는 중력장을 눈치채지 못하고 3+1 차원으로만을 보고 있는 관찰자에게 관측되는 것은 중력의 풀 파워가 아닌 그 일부분이며 그리고 그에게 중력은 실제보다 약하게 관측된다. 얼마나 약하게 관측될까? 이는 `여분의 차원의 부피'에 달려있다. 그 부피가 크면 클수록 새어나가는 효과는 더욱 커지며 관측되는 중력은 더욱 약해진다. 일종의 묽어짐(dilution) 효과로 볼 수 있겠다.

니마 아르카니-하메드 등은 이 묽어짐 효과가 충분히 커서 중력의 실제 세기가 자연계의 다른 기본힘인 전기약력, 강한핵력 따위의 세기와 동등해 지는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여분의 차원이 커야하는지 계산해 보았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1 밀리미터!!!!

만약 여분의 차원이 두개 존재한다면 그 크기는 1 밀리미터라는 이야기다. 여분 차원의 개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이 크기는 더 작아도 되며 끈이론이 예측하는 10차원 시공간을 생각하면 그 크기는 대략 1 페르미정도로 작아진다.

10년이 채 되기도 전에 이미 3000회 이상 인용된 그들의 논문은 지난 10년간의 이론물리학 모형 제작의 새 바람을 불게한 시발점이었고, 1년후인 1999년 당시 거의 10년째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며 월 스트릿으로 빠지고 싶어하던 인도 출신 물리학자 라만 선드럼(Ramam Sundrum)과 좋은 물리학자라는 것은 진작에 알려졌으나 당시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리사 랜들(Lisa Randall)의 블록버스터 '워프된 여분 차원 모형' 혹은 그들의 이름을 딴 `Randall-Sundrum 모형'과 더불어 LHC에서 여분 차원과 블랙홀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하였다. 이제 'ADD와 RS 모르면 간첩' 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게 된 것이다.

내가 니마 아르카니-하메드를 처음 만난 것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압두스-살람 이론물리학 연구센터 (Abdus-Salam Iinternational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에서 열린 어느해 `여름이론물리학교'로 기억한다. 그는 여분 차원에 대한 강의를 위해 그곳에 왔었고, 당시 나는 그 여름학교 참가자였다. 당시에 나는 대학원생이었고 ADD 모형의 가속기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었기에 그의 강의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흔히 그렇게 말하듯 굉장한 에너지의 정열을 느낄 수 있었고 거기에 빠져들었다. 그의 물리는 재밌어 보였고, 그리고 오래된 생각의 틀을 쉽게 깨나가는 듯 보였다. 지금의 나라면 어설픈 느낌을 함께 받았겠지만 당시에는 작은 오류들은 눈에 띄지 않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나가는 큰 힘과 에너지를 훨씬 크게 느꼈다. 그리고 입자물리학 모형제작이 내가 나가야 할 길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그에게 크게 빚진 것으로 생각하고 언젠가 갚아주고 싶다.

물리학의 발전을 돌이켜보면 소설가들조차 꿈꾸지 못했던 황당한 생각들이 실제 우리 자연을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예로 점철되어 있다. 20세기 초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나타나기 전 그 아무리 뛰어난 상상을 가진 작가들도 시간과 공간의 휘어짐, 엄청나게 활발한 진공의 요동 따위를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진실은 이 황당한 생각의 편을 들어주었다. 물론 모든 황당한 생각들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황당한 생각들 중에 돌파구가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인 것이다. 니마 아르카니-하메드는 어떤 면에서 우리 세대의 '황당한 생각'계의 리더로 볼 수 있겠다. 그로부터 비롯한 창조적이고 마음을 흔드는 아이디어들은 마음을 설레게하는 구석이 있다.

이 블로그 포스트의 제목을 뽑은 곳은 CNN.com이다. :-)
by ExtraD | 2008/05/11 11:08 | 물리 이야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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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바죠 at 2008/05/11 11:36
저렇게 젊은 나이에 저렇게 많은 인용수를 받는 논문들을 발표하다니, 상당히 놀랍습니다.
Commented by blue at 2008/05/11 13:55
와, 글을 읽기만 해도 에너지가 넘쳐나네요. 이런 글을 읽고 몸이 달아오르거나 흥분됨이 느껴지는데, 물리학 전공이라 그럴까요.
Commented at 2008/05/11 17: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ExtraD at 2008/05/11 19:02
비밀덧글//

예를 들어 여분 차원이 '원' 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즉, 그 원 방향으로 공간이 존재하는 거죠. 그 경우 원의 크기를 여분 차원의 크기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Commented by 바람소리 at 2008/05/11 23:58
여분 차원이군요. 중력장 약하네 하면서 개념잡기 힘들어 했지만 이런 생각이 있다니 전 왜 아직도 몰랐죠??
Commented by Ratatosk at 2008/05/12 00:41
앨러건트 유니버스 읽으면서 제일 이해가 안 되는게 여분의 차원을 말은 거였죠. 그림으로 가상의 이미지를 보여줘도 공간상으로 3차원이상은 상상이 안 되는지라 그냥 있나보다 하고 있죠.(;;;) 이런 것들을 보면 상상이상의 진실이라는게 늘 느껴집니다.
Commented by 작은인장 at 2008/05/13 09:49
엄청나군요. ㅎㅎㅎㅎ
저보다 한 살 많은 사람인데.....
26살이면 제가 제대한 해인건가? -_-;; 제 인생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 그래서 남아있어요. -_-
Commented by monster at 2008/05/14 15:15
앨리건트 유니버스.. 교양서적으로 참 좋은 책 같습니다. 수학을 잘 몰라도 이만큼이나 이해를 할수가 있으니...

그나저나 빨리 빨간책을 사야 하는데..ㅎㅎ
Commented by 보통사람 at 2008/05/14 16:55
저거 보나마나 흑사병이다. "여분의 차원"이라 불리는 흑사병에 다들 걸려드는 구나. 본 적도 만지지도 못하는 여분의 차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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