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3 12:00

Chaotic Inflation 1983 물리 이야기

WMAP3yr 데이터 이후 린데의 카오틱 인플레이션 (Chaotic Inflation) 모델이 더욱 큰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스펙트럴 인덱스 (ns)가 1보다 상당히 작다는 것이 관측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값은 WMAP5yr 데이터에서 더욱 확고하게 검증되었다.

ns가 1보다 상당히 작다는 것은, r = T/S 값이 클 수 있다는 것과 맞물려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에너지 스케일이 플랑크 스케일 보다 큰 스케일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 관측 결과가 매우매우 기대된다.

카오틱 인플레이션은 상당히 흥미로운 이론이고, 어떤 의미에선 우주론에 있어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계기가 된 사건으로 볼 수 있겠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풀어보자.

호킹과 펜로즈의 소위 '특이점 정리 (singularity theorem)'에 의하면, 우리가 거의 받아들일 수 있는 몇 가지 가정들 (에너지 가정들)의 결과로 시공간은 특이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빅뱅 우주와 연결지어 태초의 특이점을 우주의 시작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대담한 주장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여전히 불편한 점은 특이점은 시공간의 곡률 뿐 아니라 물리학 법칙 자체가 붕괴하는 곳으로 결국 빅뱅은 우리 우주의 시작일 뿐 아니라 물리학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는 것이다. 법칙도 없던 곳에서 뭔가가 쑥 나왔다?? 교황청에서도 반길만한 이야기다.

린데에 따르면 우리 우주에 대한 그림이 미묘하게 다르다. 그리고 거기에 카오틱 인플레이션이 자리잡고 있다. 1983년 씌여진 린데의 [Chaotic Inflation]에 그려진 우주를 한 번 살펴보자.

린데의 우주론적 논의는 플랑크 시간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대한 어떠한 가정도 불필요하다. 우주는 플랑크 시간 정도에서 이미 충분히 크다. 만약 열린 우주라면 무한대로 볼 수 있다.

이 무한대의 공간은 실은 작은 부분 공간 (혹은 domain)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각의 도메인은 각기 다른 진공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만약 V = lambda phi^4 형의 포텐셜을 가진 필드가 있다고 하면 V < Mpl^4 을 만족해야만 한다. 하지만 lambda가 충분히 작다면 phi 자체는 플랑크 에너지 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실제로 양자중력이론이 허용하는 phi 값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 phi 값이 플랑크 에너지 보다 큰 도메인들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며 'exponentially' 커지고 결국 지적 생명체가 탄생하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도메인들은 충분히 커지지 못하고 생명체도 자리잡을 수 없다. 물론 우리는 플랑크 에너지 보다 phi 값이 큰 도메인에 속했었고 결국 이렇게 우주론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카오틱 인플레이션 이전의 인플레이션과 다른 점이 바로 이점이다. 우리는 초기 조건을 어떤 법칙으로 부터 얻어내려했으나 카오틱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플랑크 시간에서 우주가 충분히 커서, 플랑크 에너지보다 큰 field를 가진 도메인이 존재한다고만 하면 결국 현재 우리가 관측하고 있는 우주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라는 것.

이런 린데의 view가 1983년에 나왔다. 마치 2000년대 이후 끈이론에서 유행하고 있는 Landscape 아이디어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이미 1000회 이상 인용된 그의 논문을 읽어보는 것은 전혀 시간이 아깝지 않다.

Chaotic Inflation,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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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블리츠 2008/03/14 01:14 답글

    제가 태어난 해에 이 논문이 나왔군요.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설명을 잘해주셔서 어느정도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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