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저자, 교신 저자 이야기 물리 이야기

입자물리학 분야 이외의 분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제1저자, 교신 저자 등에 대해 입자물리학계가 택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 상당히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다.

입자물리학계가 전통적으로 택하는 방식은 대략 이렇다.


1. 저자의 리스트는 영어 알파벳 순으로
2. 교신저자는 당시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그러니까 김(Kim)씨는 늘 이(Lee)씨 앞이고 박(Park)씨는 그 다음이 된다. 한국인들이 공동으로 일하는 경우 김씨가 제1저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최(Choi)씨를 당하진 못한다. :-)

교신저자는 논문을 저널에 보내고, 저널에서 돌아온 답변을 공동연구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봉사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논문 작성, 논문 수정 작업도 공동으로 일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교신저자가 특별이 하는 일은 이메일을 실어 나르는 일 정도이지 더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입자물리 이외의 분야에서 기여도를 따져서 (이것이 얼마나 정확히 따질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자순을 정하고, 교신저자를 정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교수 임용이나 연구비 신청과 관련된 업적 평가에서 입자물리학계 사람들은 손해를 보는 이도 (따라서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이도) 생기게 된다. 이것은 분명 문제다.

혹자는 입자물리학계도 다른 분야의 방식을 따르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의 공동연구자와 많이 일하는 내 경우만 생각해 봐도 알파벳 순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저자순을 바꾸자고 말한다면 분명 어이없다는 반응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의 크레딧은 그 토픽에 대해 누가 더 많이 연구하고, 지속적으로 더 좋은 일을 하였나로 결정되지 논문에 이름이 먼저 실렸다고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 타당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자물리학계도 분명 변하고 있다.

예의 업적평가 기준 덕분에 알파벳 순에서 밀린 동료가 교신저자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관행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이 논문을 쓴다면 아무 문제 없이 한 명은 제1저자, 또 한 명은 교신저자가 될 수 있고 누구도 손해를 보는 일이 없게된다. 하지만 세사람 이상이 일하게 되면 누군가는 똑 같은 공헌을 했음에도 후일 업적 평가에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수학 분야에서도 저자순을 알파벳 순으로 정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한다. 그리고 업적평가기관이나 책임자 그리고 다른 분야 사람들에게 현실을 설명하려고 애를 쓴다고 한다. 하지만 일률적인 기준 앞에서 그것이 받아들여지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덧글

  • lshlj 2008/02/29 10:09 #

    수학에서 그렇다는 건 예전에 들었는데, 입자물로도 그런지는 잘 몰랐었네요. 저도 오해를 할 뻔..;;; 입자물리 쪽 논문을 볼 일은 거의 없지만 혹시나 보게 되면 참고하겠습니다. :)
  • 제갈교 2008/02/29 10:15 #

    안(An)씨...는 무조건 제1저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건가요? (안씨는 아닙니다.)
    한 논문이 공동저자일 때는 그런 관행들이 있었군요.
  • 어부 2008/02/29 11:18 #

    정말 놀랍네요. 어케 저런 관행이 정착했는지.........
  • EOP 2008/02/29 11:28 # 삭제

    수학의 특정 분야라기 보다는 수학의 모든 분야에서 저자순을 알파벳 순으로 정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한 때 그에 대해 조사를 해 본 적이 있는데 몇 천 편의 수학 논문 중에서 알파벳순이 아닌 논문은 1%도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수학에서는 제1저자, 교신저자 같은 개념이 거의 없습니다. 교신저자는 말 그대로 에디터랑 이메일 대화를 나누는 저자일 뿐입니다.
  • cosmo 2008/02/29 12:35 #

    예전에 연구실에 있던 Abe박사가 가장 유리하겠군요~ :)
  • 누리 2008/02/29 12:50 #

    그렇군요. 나름 장점도 있겠어요. 다른 분야에선, 가끔 지도교수와 학생 사이에 제1저자 가지고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분야는 그런건 없을테니까요.
  • quantum 2008/02/29 15:00 #

    이런 시스템 덕택에 끈이론에서 가장 대가로 일컬어지는 Witten이나 Vafa는 거의 항상 가장 마지막 저자가 되지요. :) 그런데 분야마다 기준이 다른데도 일률적으로 업적 평가를 하나보죠? 그건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인데... 그러면 위튼은 대부분 두세번째 저자로만 논문 쓰는 사람이 되겠군요 -_-; (좀 뻥을 섞으면...)
  • 생물 2008/02/29 17:09 #

    이런 관행도 분야마다 다르군요. 마치 사용하는 전문용어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것처럼요. 사실 파악이 정확히 되면 좋겠는데 관행 차이로 의사소통 장애가 생기면 안 좋겠군요. 사람은 자기 관점으로 온 세상을 보는 습관이 있어놔서요.
  • 도원 2008/02/29 18:46 #

    나는 Ahn이라서 무슨 콘퍼런스 같은데 참가자 리스트에 거의 항상 맨 앞에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Aaronson이라는 사람에게는 밀리더군요.
  • 구들장군 2008/02/29 20:45 # 삭제

    글 잘 읽고 갑니다. 이런 문제도 있군요.
  • kabbala 2008/02/29 22:48 # 삭제

    가모브가 ABC로 저자 이름을 맞추었다는 얘기가 생각나네요.
  • ExtraD 2008/03/01 04:31 #

    EOP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부분 고쳐놓았습니다. (__)
  • pcanonjr 2008/03/01 14:12 # 삭제

    입자 쪽 실험 논문들을 보면, 저자만 몇 페이지가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러니 알파벳 순서로 하는게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이 아닌가...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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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begin{eqnarray} \hbar c =197.3 \text{MeV fm}\\ (\hbar c)^2=0.389 \rm{GeV}^2 \rm{mb}\\ 1.0{\rm pb}=\frac{2.568\times 10^{-3}}{\rm TeV^2}\\ =10^{-40} {\rm m}^2 \end{eqna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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