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이 이미 발견되었을 가능성 물리 이야기

1970년대에 이미 우리 은하 중심에서 대략 400-500 keV 부근의 에너지를 가지는 감마레이가 방출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최근 이 감마레이의 스펙트럼과 분포가 INTEGRAL 이라는 인공위성에 실린 SPI라는 검출장치를 통해 정밀하게 측정되면서 매우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SPI/INTEGRAL의 데이터에 따르면 감마레이는 실은 511 keV에서 피크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1]. 이 결과가 왜 그렇게 흥미로운 건지 이미 눈치 챈 분도 계시겠죠? 511 keV는 가속기 실험등을 통해 정밀하게 측정된 전자의 질량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 감마레이는 거의 틀림없이 '입자 물리학적 이유' 특히 '전자-반전자 소멸'에 의해 만들어 졌음에 틀림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최근 노벨상이 거론되는 등 주가를 올리고 있는 J. Silk 등은 이 감마레이가 우리 은하 중심부 헤일로 지역에 몰려있는 암흑물질 입자가 쌍소멸 하면서 내놓은 양전자가 은하에 분포하고 있던 전자와 쌍소멸 하면서 내놓은 빛이라는 아이디어를 내어 놓았습니다[2].

실크 등의 제안이 매우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실은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현재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암흑물질 후보들 예를 들어 초대칭 이론의 가장 가벼운 입자인 뉴트럴리노 혹은 여타 Z_2 대칭성에 의해 보호받는 후보 입자들 대부분은 511 keV 피크를 설명하기에 기본적으로 너무 무거운 입자들입니다. 무거운 입자의 쌍소멸에서 생성되는 전자-반전자 를 비롯한 각종 무거운 입자 등은 매우 큰 에너지를 가지고 튕겨 나오게 되고 그 입자들의 쌍소멸로 만들어지는 빛은 당연히 피크 대신 브로드한 분포를 보여주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기존의 이론들로는 511 keV 라인을 설명할 수 없으며,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입자를 포함하는 이론 혹은 모형을 만들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실은 저와 김진의 교수님 그리고 서울대 입자물리학 그룹의 매우 똑똑한 대학원생인 JC군과 JH군 등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몇 주간 '밤잠을 설쳐가며' 연구에 매달렸고, 결론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형과 그 모형의 파라메터 공간에 대한 실험적 허용 범위를 찾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3].

우선 암흑물질의 후보가 될 수 있는 입자의 질량 범위는 전자의 질량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첫번째 포인트 입니다. 만약 암흑물질이 뮤온 보다 무겁다면 암흑물질의 쌍소멸로 뮤온을 다량으로 만들게 될 것이며 뮤온의 붕괴로 부터 나오는 입자와 그 이차 붕괴 부산물들이 511 keV 피크를 망가뜨리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MeV 암흑물질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렇게 가벼운 입자이면서 동시에 다른 실험들을 통해 이미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로 부터, 우리는 이 입자가 표준모형 입자들과 강하게 상호작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은 이 성질은 도움이 되는 성질인데요, 왜냐하면 입자가 초기 우주의 열적 평형에서 빠져나와 지금까지 남아있기 위해서는 쌍소멸되는 확률 혹은 산란 단면적이 극히 작아야 하며 실제 관측된 우주론적 암흑물질의 량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대략 0.5 pb 정도만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MeV 입자이면서, 매우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입자라는 말. 실은 이러한 입자를 우리는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림자 세상' 혹은 보다 전문적인 용어로 '히든 섹터(hidden sector)'의 전하를 가진 그림자-페르미 입자가 그것입니다. 특히 히든 섹터의 게이지 상호작용이 U(1)으로 기술될 경우 U(1)XU(1) 게이지 보존들 사이에는 필연적인 운동섞임항(kinetic mixing)이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히든 섹터의 그림자 입자는 매우 작은 '전하'를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운동섞임항은 다음 처럼 생겼어요.




여기서 F와 F'은 각각 U(1)과 U(1)'의 장세기 텐서들입니다.

아래는 실제로 암흑물질이 만족해야하는 성질을 보여주는 그림중 하나 입니다.



x-축은 암흑물질의 전하량을 나타내고, y-축은 히든 섹터의 전하량과 전자의 전하량 사이의 비율을 미세구조 상수의 비율로 나타낸 것입니다. 그림에서 색칠하지 않은 부분이 실험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이며 이 범위의 일부가 바로 511keV 라인을 설명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 이번 논문의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논문이 만약 옳다는 것이 확증된다면 우리는 이미 암흑물질의 간접신호를 30여년 전에 발견했었으나 그것이 암흑물질로 부터 온다는 것을 깨닿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관심을 가져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Stay tuned!!

(업데이트) 천문연의 '도원' 선생께서 INTEGRAL의 관측결과를 잘 보여주는 포스팅을 올려주셨습니다. Integral's observation of 511keV emission at the GC


**(참고 문헌)**

[1] P. Jean et. al. A&A 407, L55-L58 (2003) "Early SPI/INTEGRAL measurements of 511keV line emission from the 4th quadrant of the Galaxy" :
spires-Link

[2] C. Boehm, D. Hooper, J. Silk, M. Casse, J. Paul, PRL92(10) 101301(2004) "MeV Dark Matter:Has it been detected?" :
spires-Link

[3] J. H. Huh, J.E.Kim, J.C. Park and S. C. Park, "Galactic 511 keV line from MeV milli-charged dark matter" :
spires-Link

핑백

  • 餘分D: physics and fun : An asymmetric distribution of positrons in Galaxy 2008-01-17 13:26:58 #

    ... INTEGRAL 인공위성에 실린 SPI 망원경을 통해 정밀하게 관측된 511keV 감마선 라인의 물리적 기원에 대한 연구 관련 블로깅을 했었습니다. 암흑물질이 이미 관련되었을 가능성 지난 주 Natur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SPI/INTEGRAL의 보다 정밀해진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511 keV 감마선의 분포는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 ... more

덧글

  • 라임에이드 2007/11/28 16:53 # 삭제

    Stay tuned!!에 이어서 ... for next episode...가 어째서 자동으로 귓가에 울리는걸까요(흑)
    담편은 언제쯤 방영예정이신지요? ㅋ
  • 로망롤랑 2007/11/28 18:15 # 삭제

    약간 어려운 용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흥미롭게 읽고 갑니다..
    오리진,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로서, 이포스트에 관심이 많아요..^^
  • 死海文書 2007/11/28 21:20 #

    호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에 나오는 '빠진 물질'이 연상되는군요.
  • 도원 2007/11/28 21:37 #

    J. Silk가 Joseph Silk를 말하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그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말인가요? (왜 난 모르고 있지?)
    은하 중심에서 나오는 511keV 방출선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왜 난 모르고 있었지?)
    그런데 천체물리학적으로는 암흑물질은 collisionless or pressreless이고, 오로지 중력 상호작용만 일으키므로, 좁은 공간안에 모여들수 없다고들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나선은하의 회전속도 곡선이나, 중력렌즈를 이용해서 암흑물질의 분포를 scan해 보면, 빛을 내는 baryonic matter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 두르뭉수리하게 퍼져 있거든요. 그런데 은하 중심에서 나오는 암흑물질이 붕괴하여 생긴 양전자가 그 외부의 전자와 쌍소멸해서 나오는 511keV의 감마선이 그것이라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우리 은하의 바리온보다 적어도 10배는 무거운 암흑물질이 중심에 모여 있다면, 우리 태양을 비롯한 별들은 소위 케플러 궤도를 돌아야 합니다. (즉 p^2=a^3을 만족하는 궤도.) 이것은 태양의 공전속도가 반경의 제곱근에 비례해야 하는데, 사실 태양 근처나 그 훨씬 바깥에 있는 별들의 공전 속도는 반경에 무관하게 상수입니다. 은하중심에 암흑물질이 몰려 있다는 생각은 천문학적인 관측 결과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내 생각에는 이런 모델은 가능하겠습니다.
    은하들 중심에는 으례 1백만-10억배의 태양질량을 가진 거대블랙홀(supermassive blackholes)가 존재하는데, 그 horizon 부근에서 생긴 양전자가 외부의 전자와 쌍소멸을 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관측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이것은 암흑물질의 존재가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블랙홀의 호킹프로세스가 증명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해 보시고 그럴 듯하여, 논문을 쓴다면, 제 공로를 잊지 마시기를... ㅋㅋㅋ
  • 도원 2007/11/28 21:39 #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무거운 블랙홀도 호킹래디에이션을 우리가 INTEGRAL이 detect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많이 방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한번 계산해 보시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난 계산할 능력은 없습니다.
  • 치호 2007/11/29 00:06 #

    511keV라는 숫자가 나오니 눈이 번쩍 뜨이네요. 그 피크가 폭이 굉장히 좁다면, 전자-반전자 쌍소멸에 의한 피크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다른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면서 입실론 값이 10^(-4) 이하라니 재미있네요. 논문을 자세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어차피 계산은 불가능하지만.. -_-a)
  • ExtraD 2007/11/29 10:58 #

    도원선생,

    실크가 노벨상을 받지 않았습니다. 수정했습니다.

    511keV 감마선의 분포는 대략 은하중심에서 8도 내지는 그 보다 약간 큰 정도까지에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헤일로의 분포와 일치합니다. 따라서 암흑물질에 의한 설명이 더 적절한 것으로 봅니다.

    1백만-10억배 태양질량의 블랙홀의 경우 온도가 너무 낮기 때문에 전자와 반전자를 내놓기 힘듭니다. 태양질량의 블랙홀도 온도가 10^-10 eV 정도고 이보다 무거운 블랙홀이면 더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 2007/11/29 15:17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도원 2007/11/29 16:42 #

    헤일로는 그것보다 훨씬 큰 영역이고요. 은하의 벌지(bulge)라고 말하면 8도 정도의 좁은 영역을 뜻하게 될 듯합니다.
  • ExtraD 2007/11/29 21:36 #

    도원선생,

    네 맞습니다. 실제로 플럭스의 분포를 보면 `bulge' 부근이 높고,
    대략 플럭스가 반이 되는 부분이 8도 정도 됩니다. 물론 그 테일은 좀 더
    넓은 범위까지 뻗어 있구요.

    친절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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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begin{eqnarray} \hbar c =197.3 \text{MeV fm}\\ (\hbar c)^2=0.389 \rm{GeV}^2 \rm{mb}\\ 1.0{\rm pb}=\frac{2.568\times 10^{-3}}{\rm TeV^2}\\ =10^{-40} {\rm m}^2 \end{eqna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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