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돈, 근 물리 이야기



1 평 = 3.305785 제곱미터

1 돈 = 3.75 그램

1 근 = 600 그램



실생활에서 아직 일부 사용되고 있는 단위지만 표준 도량형인 미터법으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의 넓이를 따질 때 사용하는 "평 형" 따위의 모호한 단위는 오히려 공유 면적과 전용 면적을 따로 표기하는 방법이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1 근이 300그램이기도 하고 600 그램 이기도한 웃기는 상황은 빨리 개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1평은 10/3 제곱미터 (즉 3평이 대략 10제곱 미터)라고 기억하면 되겠네요.

비슷하게 적절치 못하다는 불만을 끊임없이 야기하는 파운드, 마일, 피트입니다.



1 파운드 = 453.59237 그램

1 마일 = 1.609344 킬로미터

1 피트 = 30.48 센티미터

1 인치 ≡ 2.54 센티미터


1파운드는 대략 450그램, 1피트는 30센티 미터 자, 100마일은 160km 라는 식으로 감을 가지고는 있지만 역시 미터법에 익숙한 제게는 파운드니 마일이니 하는 것은 늘 불편하네요.

그런데 1미터는 어떻게 정의될까요?

과학자들은 빛이 1초에 가는 거리의 1/299792458 을 1미터로 '정의'합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미터가 먼저 정해지고 (북극-적도까지 거리의 천만분의 일 이나 주기가 1/2 초가 되는 진자의 길이, 1미터 원기의 도입 등 실은 별로 정확하지 않은 정의였죠..) 빛의 속도가 불변이라는 물리학적 사실로 부터 1미터를 다시 정하게 되었기에 1/299792458 이라는 이상한 비율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SI 유닛에서 1초는 세슘-133번 원자의 바닥상태의 두 하이퍼파인 레벨사이의 진동 주기의 9,192,631,770배로 정의합니다. 다분히 기술적인 정의로 봐야겠습니다. 더 좋은 시간 정의법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현실적으론 이 것이 가장 유용하다는 SI의 판단이 있었나 봅니다.

입자물리학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유닛은 소위 "자연 유닛 (natural unit)"으로 부르는 것으로 빛의 속도와 플랑크 상수를 모두 1로 두는 것입니다.



c = 299, 792, 458 m/sec = 1 (Natural Unit)

hbar = h/2 Pi = 6. 582 119 15(56) X 10^-22 MeV sec =1 (natural unit)



이 단위계를 사용하면 속도를 단위가 없는 값 (혹은 차원이 0 인 값)으로 보게 되며 길이와 시간을 같은 단위로 나타내게 됩니다.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괄호 []를 이용해서 이렇게 씁니다.

[속도] = 0 (==> 속도의 단위가 없다는 뜻)

[길이] = [시간] (==> 길이와 시간의 단위가 같다는 뜻)

또 플랑크 단위가 에너지/시간 이므로 결국

[에너지] = 1/ [시간] (==> 에너지와 시간이 단위가 역수라는 뜻)

이 되고, 따라서 최종적으로 우리는 오직 한가지 단위만으로 물리량을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길이] = [시간] = 1/[에너지]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에 의해

E = M c^2

에서 c=1 로 두면,

E =M

즉 [에너지] = [질량] 이므로, 보통은 [에너지] 혹은 [질량]을 단위로 모든 것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서, 수소의 바닥상태 에너지는 다음 처럼 표현됩니다.

E(0) = - 1/2 M alpha^2 (natural unit)

여기서 M은 전자의 질량이고, alpha = e^2/ 4Pi c hbar = 1/137 이므로 수소의 바닥상태 에너지는 전자 질량 에너지의 alpha^2 배 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입자물리학자들이 다루고 있는 물리량들이 빛의 속도에 비견할 만큼 매우 빠르고, 또 플랑크 단위의 양자들이 나타나는 양자역학적 도메인에 속하는지라 모든 방정식에 c와 h가 끊임없이 나타나야할텐데 실제 계산식을 보면 이런 량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숨어 있습니다. c와 hbar를 모두 1로 두고 계산하고 있었거든요. 물론 최종 답을 보면 쉽게 c와 hbar를 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소의 바닥상태 에너지라면 당연히 c^2 이 거기에 들어 있어야 [차원]이 맞을테니까 위 식에서 c^2 을 곱하면 됩니다.

덧글

  • 바죠 2007/06/17 18:32 # 답글

    각종 단위에 대한 정리를 해주셨군요. 표준이야기도 있구요. 궁극적으로는 물리학이 있어서이고, 또한 물리학이 해야하는 일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ExtraD 2007/06/17 18:35 # 답글

    평,돈,근 등은 이제 역사적 의미 이상을 찾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분명 이런 표준 도량형을 정하는 일에 물리학자들이 공헌할 수 있고, 궁극적으론 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死海文書 2007/06/17 18:35 # 답글

    차원이 0이라는 것이 단위가 없다는 말이 되는군요.

    뭔가 신기합니다.
  • ExtraD 2007/06/17 18:40 # 답글

    단순한 '숫자(number)'는 단위 없이 셀 수 있다는 뜻으로 차원이 없다고 표현합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Mass dimension zero 혹은 length dimension zero 라는 식으로 쓰죠.

    예를 들어 원주율 Pi는 dimensionless 즉 차원이 없는 량입니다. 원의 지금과 원주의 길이의 비율이기 때문에 길이/길이 하여 차원이 없는 숫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 ExtraD 2007/06/17 18:45 # 답글

    아마 수학과 물리학의 가장 큰 차이점을 바로 이 [차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리학에서는 어떤 단위로 물리량을 잴 수 있느냐가 아주 중요한 관건이지만 수학에선 그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으므로 모든 량이 차원이 없는 량 처럼 씌여지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길이가 x 인 막대기의 성질을 나타내는 어떤 함수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f(x) = 2 x + 3 x^2

    수학적으로는 위의 수식이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x라는 량에 [길이]라는 물리적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위 수식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첫 항은 분명 [길이] 차원을 가지지만 두 번째 항은 [길이]^2 차원을 가지기 때문에 f(x)는 [길이] 차원도 아니고 [길이]^2 차원도 아닌 이상한 량이 되어 버리며 이런 량은 물리학에 나타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방정식만 보면 대략 그 식이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는 식인지 틀린 식인지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한 차원 분석만 해보면 되니까요.
  • 에스j 2007/06/17 21:01 # 답글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실생활에 있어서 평, 돈, 근은 유용합니다. 오히려 x평 '형'등의 모호한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 장비나 유럽 장비들을 쓰다보면 미터와 인치, 둘을 다 쓰게 되는데 어느 쪽이든 장단은 있습니다. 47.5cm 모니터보다 19인치 모니터가 훨씬 쉽게 와닿기도 하지요. 표준의 중요성은 분명 있지만 고유의 단위를 죽여야할 정도로 중요하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요리할 때 심각해지지요. ^^;
    그건 그렇고 입자물리하시는 분들이 빛의 속도와 플랑크 상수를 왜 1로 두는지에 대해 속시원한 이야기였습니다. ^_^
  • 시퍼렁어 2007/06/17 21:53 # 답글

    실생활에 있어서 유용하다는 생각 저는 그렇게 들지 않네요 당장 고기사러가서만 보더라고 한근 주세요 라고 하면 정육점원은 600g을 재어줍니다. (저는 아직 300g 재어주는걸 못봤네요) 건축에서도 미터법으로 대부분 건축한뒤에 평형으로 고쳐서 계산합니다. 그래서 몇평형 으로 나오고 TV도 미터법단위의 기계들로 만들어집니다. 궃이 눈에 보이기 위한 쓸모라는건 채 5년도 안걸립니다. 초등학교가 국민학교 였듯이요.
  • dawnsea 2007/06/17 21:54 # 삭제 답글

    기계공학 전공했는데요 -_-;;
    책은 미국책으로 배우고 답은 SI단위로 쓰라고 하니까 맨날 도량형 환산하다가 틀리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_-;

    식이 다 맞아도 결과 틀리면 0점 처리하는 교수님들이 몇 분 있었는데,
    니들은 과학자가 아니라 공학자라면서.. 지금부터 계산 어설프게 하면 후일에 다리가 무너지고 실린더가 터져서 뉴스에 나온다고 -_-;;

    지금은 S/W 쪽으로 밥벌이하고 있는데 그런 문제는 가끔 일어납니다. 역시 미제냐 SI냐의 차이에서 주로 일어납니다 -_-;;
  • ExtraD 2007/06/18 02:23 # 답글

    에스j님, 제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실생활의 유용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리에서 근을 사용하면 특별히 편한가요?

    시퍼렁어님, 저는 롯데마트에서 고기 500g 씩 잘 사거든요. 아마 0.83근을 달라고 하면 황당해 하겠죠?

    dawnsea님, 미국이 인치법을 (어떤 이유로) 사용할 것을 고집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래봐야 그 비용의 상당수는 미국 이외의 나라들이 분담하겠지만 말입니다.
  • JJ 2007/06/18 07:44 # 삭제 답글

    <실제로 방정식만 보면 대략 그 식이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는 식인지 틀린 식인지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한 차원 분석만 해보면 되니까요.>
    라고 말씀하셨는데요..저는 약간 의문이 드는 것이 E=M의 경우에도 이 식이 발견되기 전에는 차원이 안맞아서 의미가 있을수 없다고 생각했을것 같습니다. 심지어 E^2=p^2+m^2이라고 쓰면 에너지와 질량과 운동량은 모두 같은 단위로 쓸수 있다는 것을 알수 있는데요..뉴턴역학에서는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새로운 식의 발견은 '단위차원간의 관계'를 새로 정립한다고 생각합니다..
  • ExtraD 2007/06/18 08:10 # 답글

    JJ님,

    아시듯, 지금도 '자연유닛'을 가정하지 않으면 E=M 은 틀린식입니다. 차원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유닛하에서 방정식을 보면 그 식이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차원분석이 유효한 가이드 라인을 제공해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E = M c^n

    라는 수식은 n=2 만이 물리적으로 옳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잖아요.
  • 바죠 2007/06/18 08:25 # 답글

    토지 한평= 3.3 m^2, 유리 한평= 0.09 m^2
    한근(육류) = 600 g, 과일(한근) = 400 g, 야채 (한근)= 375 g, 과자 (한근) = 150 g,
    인삼 (한근) = 300-600 g, 금 한돈= 3.75 g

    이정도이면 단위로서의 기능은 없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 ExtraD 2007/06/18 09:56 # 답글

    바죠님,

    그렇군요. 제가 미처 몰랐던 부분까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로 보이네요.
  • dawnsea 2007/06/18 10:15 # 삭제 답글

    어제 뉴스에 평돈근 쓰지 말라는 법 강제 적용 뉴스가 떴는데 보셨는지요?
    아예 평돈근을 병기 조차하지 말라고 합니다. ^^;

    일반 소비자, 판매자들이야 불편이 크겠지만 어려운 결정에 욕먹을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린 용단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도량형 관련 연간 비용이 33조쯤 되는데 10% 미쓰면 연간 3조를 누군가가 부당이득을 보고 있다는 내용이네요. 돈이 몇 그람인지를 잘 모르니 금은방에서 저울로 재봐도 알 수가 있나요.

    관련 뉴스로 챌린지호와 화성탐사선 폭발 사건에 도량형 미스가 관련 되어 있다고 같이 보도가 되더군요. -_-;

  • ExtraD 2007/06/18 10:58 # 답글

    dawnsea님,

    미처 몰랐습니다.
    관련뉴스가 있네요.

    http://h21.hani.co.kr/section-021011000/2006/11/021011000200611030633058.html
  • 보드뷰라드 2007/06/19 07:13 # 답글

    우리 연구실에도 유럽에서 들여온 기계를 개조하려고 할 때 종종 복잡해 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미국 machine shop에서는 english unit을 주로 쓰거든요. 나중엔 어떤 나사는 SI이고 어떤 나사는 english여서 연장을 두개 갖고다녀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캐나다도 SI쓰는데 왜 미국만 english가 되었는지... (하긴 바꾸려면 엄청난 일이겠지요)

    근데 일반적으로 이론물리학자분들은 c=hbar=1 쓰시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적응이 안되어서;;;)
  • ExtraD 2007/06/19 16:35 # 답글

    중력을 하시는 분들은 뉴턴 상수 (G)를 1로 둠으로 인해서 결국 에너지도 차원이 없는 양으로 놓고 계산을 하시더군요.

    결국 c=hbar=G=1 인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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