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Csaba Csaki)가 이타카로 돌아왔다. 퇴근하기 전까지 오피스에서 진행중인 연구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운동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간 피라미드 몰 푸드코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도 가족들이 아직 유럽에서 돌아오지 않아 본의아닌 솔로가 되어 둘이 만난 것이다.
중식 코너에서 볶음밥, 야채 삶은 것 그리고 닭고기를 달게 조린 것을 골라서 그와 합석을 했다. (중식 코너 아가씨가 요즘 부쩍 친절해졌다.. -_-;;; )
아스펜에서 있었던 워크숍에서 버클리의 로렌스 홀(Lawrence Hall)의 발표가 너무 괜찮아서 화가났다고 한다. 그 주제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 차바의 표현에 따르면, 그의 발표가 나빴다면 맘이 편했을텐데, 그의 발표가 좋았기에 오히려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그의 발표 주제가 "끈이론의 경치론 (landscape theory)" 이었던 것이다.
지난번 초대칭이론 학회(SUSY06)에서 있었던 디베이트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막심으로 부터 그도 들었다고 한다. 어쨌든 유명해진 패널 토론이었고, 문제는 그들이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다는 것.
예전에 포스팅했던 '자연스러움에 대한 설전'이 바로 그것인데, 그 중심에 바로 끈이론의 경치론이 있었던 것이다.
차바는 좀 더 의견이 강했다. 그는 만약 멀티버스와 경치론이 맞다고 믿는다면, 그것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왜 아직도 물리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어차피 힉스 포텐셜의 모양도 우주 상수도 모두 가능한 모든 값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설명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전통적인 관점의 '과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끈이론 일반'이 그러한 의미에서 비슷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떻게 보면 아직은 '살짝 과학 아래'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는 표현을 썼는데, 차바는 그 표현에 대해 동의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어쨌든 -여전히 실험적 증명 가능성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끈이론에서 '흥미로운 결과들'을 얻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물론 나도 동의했다. 더구나 끈이론의 최근의 성과들은 실제 입자물리학 모형제작에 매우 유용한 개념들과 수학적 도구들을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끈이론이 실험적으로 테스트될 여지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도 있고.
이야기는 LHC와 ILC 그리고 SSC로 넘어갔다.
사실 SSC가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경치론에 대한 디베이트 자체가 지금쯤 완전히 소멸했을 것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지금 진행중인 LHC의 CM 에너지는 14 TeV로 현재 돌아가고 있는 최고의 머신인 페르미 연구소의 테바트론(TeVatron: TeV가 보이시죠? ^^)의 2 TeV 머신에 비해 에너지는 일곱배 그리고 luminosity 에서도 몇 배 정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현재보다 대략 10배 정확하게 고에너지 영역을 탐구 할 수 있게될 것이다. 내가 그 정도의 차이에서 획기적인 것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만을 이야기하자 차바가 SSC를 언급한 것이다. 아쉽지만 이미 SSC는 끝장이 났고, 앤더슨과 리히터(그는 입자물리학자다!) 등의 사실상 과학 펀딩을 깎아버린 SSC 반대에 대해 잠시 반찬을 삼았다. 어쨌든 그들의 노력 덕분에(-_-) 우리는 아직도 왜 전기력이 전기약력에서 분화하게 되었는지, 왜 물질이 질량을 가지게 되었는지, 왜 우리 우주는 양자역학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지에 대한 답을 모르고 있으니 입자물리학자들의 식사에 좋은 반찬이 될 수 밖에 없다.
식사를 대충 마치고 근처 보더스 서점에 있는, 요즘 단골이 되어버려 직원들이 내 이름을 다 아는, 시애틀즈 커피숍에서 자바쿨라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차바는 2000년 과학사를 보건데, 하필 2007년에 여태껏 성공적이었던 입자물리학과 고에너지 물리학의 환원주의 프로그램이 종결될 이유가 없다는 재밌는 말을 했다. 내가 와인버그의 말을 인용해서 말한 "LHC에서 어떤 식으로든 전기약력의 정체가 밝혀질 것" 이라는데 동의하지만, 그것이 아무런 설명도 없는 'God-given-potential' 이라는 허무한 결과가 아닐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고 했다. 나는 힉스만 발견되었을 경우 '1000년간의 암흑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그는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론물리학의 흥미로운 문제들 -예를들어 condensed matter physics-를 하면 될 것이라며 (자기는 이미 tenure가 있으니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물론 농담이었다. ^^*
물리학 이야기에서 가족들 이야기로, 내가 잊고 있었던 연말 한국 방문 이야기, 아스펜의 비싼 물가, 요즘 내 건강과 운동 이야기, 커피숍에서 왜 진짜 컵에 안주고 종이컵에 주느냐는 불만, 뉴욕까지 운전하면 피곤할 것이라는 이야기, 자기는 어머니가 요리를 해주시다가 바로 아내가 요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전혀 요리를 못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는 동안 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을 마셨고 수요일날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의 가족이 내일 돌아온다고 했다.
중식 코너에서 볶음밥, 야채 삶은 것 그리고 닭고기를 달게 조린 것을 골라서 그와 합석을 했다. (중식 코너 아가씨가 요즘 부쩍 친절해졌다.. -_-;;; )
아스펜에서 있었던 워크숍에서 버클리의 로렌스 홀(Lawrence Hall)의 발표가 너무 괜찮아서 화가났다고 한다. 그 주제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 차바의 표현에 따르면, 그의 발표가 나빴다면 맘이 편했을텐데, 그의 발표가 좋았기에 오히려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그의 발표 주제가 "끈이론의 경치론 (landscape theory)" 이었던 것이다.
지난번 초대칭이론 학회(SUSY06)에서 있었던 디베이트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막심으로 부터 그도 들었다고 한다. 어쨌든 유명해진 패널 토론이었고, 문제는 그들이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다는 것.
예전에 포스팅했던 '자연스러움에 대한 설전'이 바로 그것인데, 그 중심에 바로 끈이론의 경치론이 있었던 것이다.
차바는 좀 더 의견이 강했다. 그는 만약 멀티버스와 경치론이 맞다고 믿는다면, 그것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왜 아직도 물리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어차피 힉스 포텐셜의 모양도 우주 상수도 모두 가능한 모든 값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설명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전통적인 관점의 '과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끈이론 일반'이 그러한 의미에서 비슷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떻게 보면 아직은 '살짝 과학 아래'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는 표현을 썼는데, 차바는 그 표현에 대해 동의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어쨌든 -여전히 실험적 증명 가능성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끈이론에서 '흥미로운 결과들'을 얻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물론 나도 동의했다. 더구나 끈이론의 최근의 성과들은 실제 입자물리학 모형제작에 매우 유용한 개념들과 수학적 도구들을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끈이론이 실험적으로 테스트될 여지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도 있고.
이야기는 LHC와 ILC 그리고 SSC로 넘어갔다.
사실 SSC가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경치론에 대한 디베이트 자체가 지금쯤 완전히 소멸했을 것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지금 진행중인 LHC의 CM 에너지는 14 TeV로 현재 돌아가고 있는 최고의 머신인 페르미 연구소의 테바트론(TeVatron: TeV가 보이시죠? ^^)의 2 TeV 머신에 비해 에너지는 일곱배 그리고 luminosity 에서도 몇 배 정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현재보다 대략 10배 정확하게 고에너지 영역을 탐구 할 수 있게될 것이다. 내가 그 정도의 차이에서 획기적인 것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만을 이야기하자 차바가 SSC를 언급한 것이다. 아쉽지만 이미 SSC는 끝장이 났고, 앤더슨과 리히터(그는 입자물리학자다!) 등의 사실상 과학 펀딩을 깎아버린 SSC 반대에 대해 잠시 반찬을 삼았다. 어쨌든 그들의 노력 덕분에(-_-) 우리는 아직도 왜 전기력이 전기약력에서 분화하게 되었는지, 왜 물질이 질량을 가지게 되었는지, 왜 우리 우주는 양자역학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지에 대한 답을 모르고 있으니 입자물리학자들의 식사에 좋은 반찬이 될 수 밖에 없다.
식사를 대충 마치고 근처 보더스 서점에 있는, 요즘 단골이 되어버려 직원들이 내 이름을 다 아는, 시애틀즈 커피숍에서 자바쿨라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차바는 2000년 과학사를 보건데, 하필 2007년에 여태껏 성공적이었던 입자물리학과 고에너지 물리학의 환원주의 프로그램이 종결될 이유가 없다는 재밌는 말을 했다. 내가 와인버그의 말을 인용해서 말한 "LHC에서 어떤 식으로든 전기약력의 정체가 밝혀질 것" 이라는데 동의하지만, 그것이 아무런 설명도 없는 'God-given-potential' 이라는 허무한 결과가 아닐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고 했다. 나는 힉스만 발견되었을 경우 '1000년간의 암흑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그는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론물리학의 흥미로운 문제들 -예를들어 condensed matter physics-를 하면 될 것이라며 (자기는 이미 tenure가 있으니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물론 농담이었다. ^^*
물리학 이야기에서 가족들 이야기로, 내가 잊고 있었던 연말 한국 방문 이야기, 아스펜의 비싼 물가, 요즘 내 건강과 운동 이야기, 커피숍에서 왜 진짜 컵에 안주고 종이컵에 주느냐는 불만, 뉴욕까지 운전하면 피곤할 것이라는 이야기, 자기는 어머니가 요리를 해주시다가 바로 아내가 요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전혀 요리를 못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는 동안 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을 마셨고 수요일날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의 가족이 내일 돌아온다고 했다.





덧글
2006/08/15 23:1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Eclipsia 2006/08/15 23:54 # 답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 SSC 이야기는 심심할 때 꺼내기 좋은 화제인것 같아요.(불특정의 누군가를 씹고 싶은 기분이 될때.)전 아주 가끔- 우울이 바닥을 칠때- condensed matter physics나 biophysics쪽 이외의 물리는 오래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ExtraD 2006/08/16 12:11 # 답글
저는 2000년간 지속되어온 환원에 바탕을 둔 물리학의 발전이 2007년에 끝날 것 같지 않은데요. ^^